정부 예산 4조 원이 투입되는 대형 우주개발사업인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사업이 일정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9일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최근 우주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PS개발사업본부 등 관계자는 ‘KPS 기본설계검토 회의’에서 KPS 위성의 설계 결함을 발견하고 보완·점검을 위해 1호기의 발사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위성 탑재체인 항법장비에 대한 예비설계 검토 과정에서 점검위원들은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수정이 필요하다는 ‘설계 실패(FAIL)’ 결론을 냈다. 설계 수정에 따른 발사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일부 위원은 14개월의 발사 연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주청 관계자는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발사 연기 여부와 기간 등 대응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며 “도출 안건이 나오면 연말께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 산하 위성항법소위원회에서 심의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14년 간 총 4조 원을 투입하는 대형 사업이 기술력 부족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우주청의 인력 공백에 따른 리더십 부재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주청은 올해 5월 개청한 후 공공과 민간에서 전문가들을 영입 중이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공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선진국 출신의 석학 영입에도 애를 먹는 상황이다.
다만 우주청은 전체 사업 일정의 영향은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발사 연기 검토는 2027년 예정된 1호기에 대한 것이다. 위원들은 이후 2035년까지 총 8기 위성을 쏘는 최종 일정은 가급적 맞추도록 보완 방안을 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PS는 미국 GPS와 별개로 한반도 지형의 위치정보 처리에 특화한 독자적 GPS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2035년까지 총 8기의 전용 위성을 쏘아올려 한반도 인근 지역에 교통, 통신, 금융, 국방, 농업, 재난 대응 등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국은 수차례 지구관측위성을 개발해왔지만 항법위성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PS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곳은 항우연 내 설치된 독립사업본부인 KPS개발사업본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PS가 민간 우주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내비게이션 등의 정확도를 향상시켜 일반 국민 누구나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보다 훨씬 정확한 미터(m)급·센티미터(㎝)급 서비스를 제공해 자율차·도심항공교통과 같은 신산업 육성에 기여하는 등 향후 우주경제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도 자체 기술인 ‘베이더우’를 구축하는 등 주요국들의 GPS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