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차·기아 위협하는 혼다·닛산 합병, '하이브리드' 대전 벌어진다[biz-플러스]

中·동남아서 중국 EV에 치인 일본

日 2위·3위 혼다·닛산 합병 소식에

현대차·기아 최대 시장 美 격전 예고

혼다·닛산 모두 하이브리드 경쟁력

EV에선 뒤처져, 미래 위협엔 의문





일본의 2위 및 3위 자동차업체인 혼다 자동차와 닛산 자동차가 합병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3위 자동차그룹인 현대차·기아의 위협으로 부각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판매량으로는 세계 3위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1위 토요타, 2위 폴크스바겐그룹에 이어 3위로 올라설 수 있는 수준이다.



업계는 중국 자동차의 확장이 혼다와 닛산을 중국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고 두 회사가 합병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밀려난 혼다와 닛산은 결국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현대차·기아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장이 커지는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와 격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중국차의 질주…일본차 줄줄이 적자
전기차서 밀리고 내연기관 시장 정체




닛산은 지난 달 전 세계 직원 약 13만 명의 7%인 9000명을 해고하고 생산량을 20% 감축한다고 선언했다. 당시 우치다 마코토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급여 절반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자동차들이 직면한 위협을 보여준 장면이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올 3분기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닛산은 영업이익이 319억엔(약 2988억 원)으로 84.7% 추락했고 세계 1위 도요타도 19.6%, 혼다도 14.6% 급감했다. 부진한 실적은 판매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받아든 결과다. 일본 브랜드들은 올 상반기에만 중국시장에서 판매량이 12%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막강한 자율주행 기능로 무장한 전기차(EV)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일본 차의 설 곳이 갈 수록 좁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던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중국 전기차의 공습이 시작되고 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주요 6개국에서 중국 전기차의 점유율은 2021년 7%에 불과했지만 2023년 52%가 됐다.

중국 전기차는 동남아 시장에서 점유율이 90%에 달했던 일본차의 지위도 흔드는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시장에서 올해 중국차의 점유율은 10%를 넘었고 일본차들은 80% 이하로 내려갔다.


日 당장 공략 할 시장은 美 HEV
확장 거듭하는 현대차·기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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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한 전기차·하이브리드 생산공장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현대자동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한 전기차·하이브리드 생산공장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이 때문에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밀리고 있는 혼다와 닛산이 합병 후 미국 시장에서 판매 공세를 펼 것이라고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 삭감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커질 하이브리드 시장이 중점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혼다와 닛산은 모두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다. 혼다는 높은 엔진기술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미국 시장에서 CR-V, 어코드 HEV와 같은 베스트셀링카를 보유하고 있다. 닛산도 자체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e-파워(e-POWER)로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미국은 연간 1600만 대의 신차가 팔리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시장이고 하이브리드카 시장도 팽창하고 있다. 미국의 중서부 등 내륙 지역은 땅이 넓어 한 번에 400~5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불리한 지역이다. 주유소처럼 전기차 충전소가 많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도다. 전기차의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시장이 커지고 있고 미국의 자동차 시장 조사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는 내년에 하이브리드카 비중이 1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현대차·기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격전이 예고된 하이브리드 시장에 있다. 혼다와 닛산이 미국 시장 판매망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당장 판매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두 회사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다양한 차종에 적용해 소형에서 대형에 이르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모두 갖출 수도 있다.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하이브리드 생산 라인을 늘리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더 치열한 경쟁 환경에 직면한 것이다.

합병 시너지 아닌 ‘링겔만 효과’ 가능성
EV 경쟁력 낮아, 미래차 추격에도 의문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시너지가 아니라 뭉칠수록 성과가 줄어드는 ‘링겔만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탈리아-미국 기업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와 프랑스 기업 PSA 그룹의 합병한 ‘스텔란티스’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20년 7월에 크라이슬러와 PSA가 합병하며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합병전 글로벌 판매 800만대에 달했다. 하지만 합병 이후 2023년 글로벌 판매량은 610만대로 23% 감소했고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역시 2019년 13%에서 올해 현재 8% 수준으로 위축됐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와 제품으로 판매에만 몰두하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가 아닌 도요타의 점유율을 깎아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혼다와 닛산의 근본 위기를 불러왔던 전기차(EV)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경쟁력 개선을 가져올 지는 불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전기차는 전동화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기능, 배터리 제어 기술 등 통합된 기술이 필요하다. 전기차에서 앞선 테슬라와 현대차와 같은 기업들 모두 전용 플랫폼을 통해 전기차 기술을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혼다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 중이고 닛산은 르노-미쓰비시과 공동 개발한 CMF-EV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술력에서 앞서있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합병이 시너지를 내려면 판매 뿐만 아니라 부품 등 공급망이 통합되어야 하는데 혼다와 닛산이 이 부분까지 가능할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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