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3차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 측이 재차 불응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로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9일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까지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공수처로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 선임계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으며, 경호 협의 또한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8일과 25일 각각 출석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에 불응했으며, 이달 26일 사실상 ‘최후통첩’인 3차 출석 요구를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공수처는 두 차례 출석조사가 불발되자 지난 26일 윤 대통령에게 전자공문, 특급(익일) 우편 방식으로 29일 오전 10시에 공수처로 출석하는 내용의 출석요구를 통지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에게 내란 혐의 수사 개시권이 없고, 수사권 문제가 먼저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단·수사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전날 “공수처에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것을 비롯한 여러 문제점이 선결돼야 출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란죄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에 사건을 넘기는 것에 대해 윤 변호사는 “불법 수사기구 구성, 수사 진행을 포함해 모든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측은 탄핵심판 대응이 먼저라는 주장도 고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앞서 “아직 여건이 안 됐다는 정도로 설명하고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따라 내란죄 수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법 제2조는 공수처의 수사범위에 대해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라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대해 법원이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를 법원이 인정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와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린 국수본과 국방부 조사본부(국조본)도 공수처의 내란 수사를 조력하고 있다.
공수처는 전날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과 함께 내란을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전달받기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내란·직권남용 혐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면서 고발장 등을 넘긴 검찰이 2차로 관련 자료를 건넨 것이다.
공수처는 검찰에 구속된 김 전 장관의 접견 조사를 시도했지만, 김 전 장관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김 전 장관의 혐의를 들여다보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도 밝혀낼 방침이다.
다만 강제수사 등 수사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공조본은 이달 11일과 17일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불발에 그친 바 있다. 이달 27일 국수본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대통령 안전가옥(안가)CCTV 확보를 위해 강제수사에 나섰으나 대통령 경호처에 막혀 무산됐다. 경호처는 경찰 측에 "안가가 군사상 기밀, 공무상 기밀 등에 해당하는 지역”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출석 조사를 거부함에 따라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로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할 지 검토하고 있다. 통상 수사기관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요구서 수령을 고의로 거부한 만큼 발부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체포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집행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현직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이 청구·발부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 때문에 대통령경호법과 법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처장은 경호 업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경호 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특히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시에는 경호 구역 내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 통제, 위험물 탐지, 안전조치 등이 가능하다. 공수처는 이르면 30일께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