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제조 대국인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면서 ‘제조업 부활’에 나선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로봇 플랫폼 개발에 더 많은 국가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는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봇과 인공지능(AI) 경쟁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국내에서 AI 전환이 화두지만 그 핵심은 피지컬 AI를 바탕으로 한 로봇 플랫폼”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로봇 훈련을 위한 데이터 생산 공장을 늘리고 24시간 무인 다크 팩토리를 운영하는 등 투자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우리가 지금은 중국·미국·일본 등과 로봇 가격·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양호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상대의 투자 규모와 속도에서 밀리면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학·석·박사 학위를 받은 박 대표는 연구소와 로봇 소프트웨어(SW) 기업을 거쳐 2013년 뉴로메카를 창업, 협동로봇 ‘인디’를 개발했고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확산해왔다. 뉴로메카는 202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후 협동로봇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제조·서비스 현장에 ‘피지컬 AI’ 플랫폼 서비스 제공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전기·전자, 2차전지 등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석유화학·철강 등은 경쟁력 약화에 시달리며 피지컬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절실하다는 게 박 대표의 지론이다. 이에 뉴로메카는 제조·서비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300여 곳에 구축하고 포스코홀딩스·DN솔루션즈·HD현대삼호 등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현재는 내수가 90% 이상이지만 미국이 최대 로봇 자동화 시장으로 부상할 때를 대비하고 있다”며 “1~2년 내 미국의 용접 자동화와 자동화 프로젝트 수주에 나서는 등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각축전을 벌이는 휴머노이드 시장이 제조 현장에서 꽃을 피우려면 최소 5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하는 박 대표는 그 전에 각 제조·서비스 분야에 특화된 로봇을 개발해 빠르게 실증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선박을 건조할 때 협소한 공간에서도 용접이 가능하거나 서비스 현장에서 치킨을 튀기고 커피를 내리는 등 반복 작업을 지속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휴머노이드를 개발할 때 피지컬 AI를 활용해 모터의 전선 납땜, 시약이나 액체의 정확한 분배, 푸드테크 분야 같은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철강과 2차전지 분야의 로봇 자동화,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패널 이송 로봇을 개발 중이고 인쇄회로기판 제조 자동화 분야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국내 수술로봇 및 산업용 로봇사에 로봇을 납품 중이고 자율이동 로봇사에도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만 2~3년 내 수천만 원대의 연구용 휴머노이드와 1000만 원 미만의 협동로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며 “여러 종의 휴머노이드 플랫폼 출시를 준비 중인데 조만간 모방 학습 플랫폼인 ‘미믹스’도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뉴로메카는 로봇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액추에이터(모터·감속기·제어기) 같은 부품부터 플랫폼, 자동화 솔루션, 피지컬 AI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박 대표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할 때 실시간으로 힘을 제어해 0.1㎜ 수준의 정밀도를 구현하고 주변 작업자나 장비와 충돌하지 않도록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며 “테슬라의 옵티머스 같은 하모닉 드라이브 구동 방식으로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정밀한 로봇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로봇 학습 데이터를 확보해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 관건인데 아직 국내에서는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게 박 대표의 고민이다. 산학연에서 로봇을 훈련시킬 때 디지털 트윈 기반의 시뮬레이션, 일상 행동 데이터 생성, 로봇 원격 조작에 의한 모방 학습에 의존하는데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뉴로메카가 자동화를 기반으로 물리 기술 데이터 학습에 나서는 것은 납땜 같이 미세한 조작 기술의 경우 원격 조작으로 추출이 어렵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피지컬 AI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국이 9월 베이징에 대규모 휴머노이드 데이터 훈련 센터를 여는 등 잇따라 데이터 공장을 개소하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로봇 시장에 낀 거품이 걷히고 진짜 실력이 드러날 것”이라며 “개발·제조·모델 구축을 표준화된 플랫폼에서 수행하는 플랫폼 파운드리와 휴머노이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