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사 1번지’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이 새해 들어 대기업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경영진을 겨냥한 강제 수사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 가능성이 거론되자, 관련 기업과 사모펀드들은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방어 체계를 구축하며 치열한 법리 공방을 준비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직무대리 부장검사 김봉진)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검찰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경영진이 지난해 2월 820억 원 규모의 전단채(ABSTB) 발행을 계획하면서, 해당 채권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채권 발행 사흘 만에 신용등급이 하향됐고, 며칠 뒤 경영진이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수백억 원대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수사팀은 지난달까지 김 회장 등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 조사를 마쳤으며, 지난해 진행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에 대한 분석도 대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전면에 나서며 철통 방어에 돌입한 모습이다. 피의자들이 수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을 연기하거나 조사 단계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대응에 나서면서, 검찰 수사에도 일부 제약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김앤장은 수사 단계보다는 본안 재판에서 본격적인 법리 다툼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해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 과정의 적법성을 재판에서 문제 삼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지난해 압수수색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대거 확보했는데, 당시 강제수사 방식에 대해 일부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며 “재판에 들어가면 김앤장 측이 위법수집증거 배제 주장을 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설탕·밀가루·전력기기 등 민생 물가와 직결된 담합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전력기기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를 받는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주요 전력기기 업체 임직원들을 구속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불구속 상태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기업들은 2015년부터 7년간 한전 발주 입찰에서 사전 물량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약 6700억 원 규모의 담합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 기업들은 현재 김앤장을 비롯해 법무법인 광장·태평양·율촌·세종·화우 등 국내 6대 로펌을 모두 선임해 방어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수사 과정에서 “기소가 이뤄질 경우 전력기기 등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일정 기간 국내 사업 참여가 제한되면서 국가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