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 제임스 헤크먼(81)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한국의 입시 위주 경쟁식 교육 체제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헤크먼 교수는 대신 아이들에게 위험 감수와 실패를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해 이를 딛고 일어설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헤크먼 교수는 ‘한국의 치열한 경쟁식 교육이 한국의 경제 발전에 계속 도움이 되겠느냐’는 국내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고 단언했다.
헤크먼 교수는 경제 통계 분석 시 발생하는 선택 편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른바 ‘헤크먼 수정’ 기법을 고안한 공로로 200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석학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후에도 지난해까지 미국 경제학논문학회의 문헌 데이터베이스 ‘RePEc’에서 집계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순위에서 3위 밖을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높은 지명도의 학자다. 노동경제학과 유아교육 프로그램의 대가로도 꼽힌다.
헤크먼 교수가 한국의 교육 체제를 비판한 것은 아이와의 지적·정서적·심리적 상호 교감보다 커리큘럼에 너무 집착한다는 인식에서다. 그는 한국말로 직접 ‘학원’이라는 말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교육은 읽기·쓰기·수학 같은 학습에만 국한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험 점수 위주의 교육은 파멸적”이라며 “대학이라도 다양하게 있는 미국보다 한국의 교육이 훨씬 더 심각하게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헤크먼 교수는 10여 년 전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시카고대를 방문했을 때를 회상하고는 “당시 그가 ‘실패하는 법을 가르치는 대학을 운영한다’고 하길래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 생각이 옳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AI를 생각을 대체하는 용도로 써서는 안 된다”며 그가 최근 중국 선전에서 아이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교육용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헤크먼 교수는 “로봇에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탑재해 상호작용하고 책을 읽어주게 한다”며 “아이들이 친근한 장난감을 보듯 놀랄 정도로 잘 어울린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낯선 방에 들어가게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해 실패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실패에서 회복하고 다음 단계로 갈 정서적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