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함께 최대 화두가 된 분야는 인공지능(AI)이었다. AI 산업의 대두로 노동·소득·기술 시장이 모두 급격한 변화를 맞닥뜨린 만큼 경제학자들의 관심도 집중된 것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석학들은 AI로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고 자본의 힘이 커지게 된 만큼 사회 전체적인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로라 벨드캠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날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웹서핑을 할 때마다 디지털 흔적이 만들어지고 이 데이터는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자신의 데이터 가치를 모른 채 거래한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벨드캠프 교수는 또 “산업혁명 시기에 봤던 것처럼 AI 기술 발전으로 생산이 자본 집약적으로 되면서 자본의 분배 몫이 증가하고 노동의 몫이 감소했다”며 “향상된 생산성으로 만든 이익을 공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에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도 쏟아졌다. 크리스티나 매클레런 토론토대 경영학부 교수는 AI 도입 기업은 고용 감소, 조직 개편, 로봇 도입 등에 비용이 들면서 단기적으로 약 1% 정도 생산성이 하락한다"며 “다만 중장기로 AI 전환을 완료한 기업은 고용·매출·노동생산성이 개선돼 생산성이 ‘J자’ 모양의 커브를 그리며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키아라 파로나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날 “알고리즘 시장은 아직 승자독식 구조가 아니지만 반도체 설계·제조 등 후방 산업으로 갈수록 기업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며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인수·제휴를 확대하면서 사업을 수직계열화하는 것도 최근 추세”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점점 ‘AI 공장’이 되고 있고 내부 데이터 정제·검증·제품화 역량을 갖춘 업체만 앞서나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지타운대 맥도노경영대학원 소속의 캐럴 코라도 선임연구원은 AI를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연구개발(R&D) 투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라도 연구원은 “미국에서 AI로 늘어난 생산성의 절반은 소프트웨어 투자 덕분”이라며 “과거 전기·인터넷 같은 기술과 비교해도 투자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