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집 등 현실적인 이유로 헤어진 어리고 가난했던 연인이 세월이 흐른 후 우연히 만나 애틋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관객들도 저마다 첫사랑을 소환해 본다. 행복하고 즐겁고 미안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웃다 울다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그 시절 뜨겁게 사랑했던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 정말 ‘결핍’ 때문이었을까.
‘멜로 가뭄’ 속에 영화 ‘만약에 우리’가 개봉 5일 만에 4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에서도 서비스되고 있는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2018년)를 리메이크했다. 원작 영화와 거의 흡사하다. ‘먼 훗날 우리’는 연출을 맡은 유약영 감독 자신의 소설 ‘춘절, 귀가’를 원작으로 한 까닭에 문학적이고 서정적인 감수성이 지배적이어서 정통 멜로에 가깝다. 반면 리메이크작은 현실을 반영한 에피소드와 대사로 인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 성격이 강하다. 소소한 설정 외 원작을 대부분 살려 같은 작품을 볼 필요가 있을까 하겠지만, 한중 어린 연인들의 풋풋한 첫사랑은 오묘하게 설레고 시리고 애틋한 감성으로 우리가 기다렸던 멜로의 포인트가 돼 준다.
‘먼 훗날 우리’의 샤오샤오(주동우 분)와 젠칭(정백연 분), ‘만약에 우리’의 정원(문가영 분)과 은호(구교환 분)는 모두 지방 출신으로 베이징과 서울에서 생활한다. 정원과 은호는 추석, 샤오샤오와 젠칭은 춘절 고향에 가는 버스와 기차 안에서 만나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된다. 지방에서 올라온 청년들은 공부하고 생계를 유지하기도 바쁘고 지친 몸을 뉠 포근한 안식처가 돼 줄 집은 한 사람 겨우 누울 수 있는 방 한 칸. 집이 아닌 방에 사는 샤오샤요·젠칭, 정원·은호는 그럼에도 사랑을 시작하지만 결국 집이라는 현실 때문에 이별을 한다. 베이징에서 서울에서 집을 가지는 게 꿈인 이 연인들은 집이 없었기에 함께 할 수 있었고, 서로를 이해했지만 결국 집과 취업이라는 현실을 함께 헤쳐 나갈 용기를 내지 못해 이별을 한다. 타향살이와 집이라는 소재는 시공을 초월해 청년들의 삶을 지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두 영화는 청년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헤어진 첫사랑을 만나는 감회를 담은 멜로라는 외피를 둘렀지만, 결국 이야기하고 했던 것은 이별은 아픔이 아닌 인생의 한 조각이라는 것, 인생의 의미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성찰이다. 결핍으로 어리고 가난한 연인들이 헤어진 것 같지만 이들이 함께 하도록 이끈 것도 결핍이었다. 결핍을 통해 우리는 사랑하고 또 성장한다. 그리고 진짜 필요하고 소중한 것은 집이라기보다 함께 할 가족, 연인 즉 인연이라고 넌지시 일깨운다. 특히 젠칭과 은호의 아버지는 이러한 깨달음을 스며들듯 물들이듯 전한다. 명절에 갈 곳 없는 샤오샤오와 정원에게 기꺼이 차려 내온 따뜻한 집밥 한 상, 갈 곳이 없으면 늘 함께 하자고 무심하게 툭 건네는 말 한마디에 남친의 아버지, 전 남친의 아버지라는 형식적인 관계는 사라지고 따뜻한 인연의 온기만이 남는다. 그리고 결국 아들의 전 여자친구에게 보내지 못한 아버지의 편지는 결핍 투성이였던 모든 샤오샤오·젠칭, 정원·은호에게 ‘결핍으로 인해 모든 사랑과 인연이 시작된다'고 위로한다. “인연이란 게 끝까지 잘되면 좋겠지만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게 쉽지 않지. 좀 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 깨닫게 될 거란다. 부모에게 자식이 누구와 함께 하든 자식이 성공하든 말든 그건 중요치 않아. 자식이 제 바람대로 잘 살면 그걸로 족하다. 건강하기만 하면 돼. 너희 둘이 함께 하지 못해도 넌 여전히 우리 가족이란다. 샤오샤오, 밥 잘 챙겨먹고 힘들면 언제든 돌아오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