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위기 수준의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지만 사교육비는 최근 10년간 6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사교육비는 29조 1919억 원으로 2014년의 18조 2297억 원 대비 60.1% 증가했다.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4만 2000원으로 같은 기간 90.5% 뛰어 역대 최대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사회 양극화, 저출생 조장, 국가 경쟁력 훼손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가계 부담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사교육비 급증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잦은 입시 제도 변화와 성과 중심 교육이 불확실성을 키워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켰다.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학원이 돌봄 기능까지 대체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 모든 게 ‘점수 따내기’라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에 얽혀 있다는 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 한국의 점수식 교육은 파멸적”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학원(Hakwon)’으로 대표되는 사교육 시스템이 너무 이른 경쟁과 성과 압박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AI가 지식을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시대에 정답 찾기 위주 학습에 매몰된 인재는 AI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올해를 ‘교육 개혁의 실질적 원년’으로 선포하고 유아 영어학원 레벨 테스트 금지 등의 처방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처럼 단편적 대책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AI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점수 따내기 위주의 줄 세우기 교육이 아니라 문제 해결, 협업,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기르는 창의 인재 육성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무엇보다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남아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전면 개편해 교육 재정을 효율화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옥죄는 규제를 풀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AI 시대에 낡은 경쟁식 교육의 굴레를 벗고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교육 생태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