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지지선언을 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정부 첫해 노동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놨다. 이 정부가 노동계와 맺은 입법 과제 약속을 어겼다는 지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6월 지방선거 후 이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를 내릴 전망이다. 두 노총은 우리나라 지형을 양분하고 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5일 국회에서 한국공인노무사회 주최로 열린 올해 노사관계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정부는 국정과제로 노동정책 방향을 분명히 했지만, 추진 속도와 방향은 정권 초기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이 정부와 정책 연대를 맺은 한국노총이 공개석상에서 정부를 향해 강한 비판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유 본부장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법제화, 공무직위원회법 제정, 법정 정년연장 입법, 근로자 추정제도 도입 등 5가지 국정과제의 이행 과정을 짚었다. 이 국정과제는 한국노총을 비롯해 노동계가 원했던 정책들이다.
우선 원청과 하청노조의 교섭 길을 튼 노란봉투법의 경우 올해 3월 10일 시행을 위한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됐다. 유 본부장은 “입법 예고된 시행령과 법 해석 행정지침은 법적 타당성 시비를 초래하고 있다”며 “올해 노조의 교섭요구가 다각화되면서 노사 갈등이 깊어지고 교섭기간과 노사분쟁 장기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적, 성별, 사회적 신분 등에 따라 임금 차별을 두지 않는 내용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법제화는 정부가 약속했던 연내 입법이 무산됐다. 공무직 처우개선과 공공부문 초기업 교섭 활성화를 위한 공무직위원회법 제정도 국회 상임위원회의 법안 심의 문턱을 못 넘었다.
특히 한국노총은 올해 법정 정년연장 입법이 무산된 상황을 비판해왔다. 유 본부장은 “정부 여당은 국민과 약속이 지체된 상황에 대해 해명과 입법계획을 명확하게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민주당 특위 논의만 지켜보면서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다”라고 고용노동부를 겨냥했다. 정년연장 입법 논의는 민주당이 노사, 전문가와 만든 특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노동부는 이 특위에 참여하지 않는다. 유 본부장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별 여부를 사용자에 지우는 근로자 추정제도는 법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 관측을 짚었다.
그동안 한국노총보다 정부 정책 비판 강도가 높은 민주노총은 이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이날 노란봉투법,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보장, 정년연장, 초기업 교섭 활성화 등 여러 국정과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노사정(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대화에 대해서도 “노동계에 적대적이지 않은 이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단 이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해서는 “6월 지방선거가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노동기본권 확대의 사회정치적 조건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