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군(軍)을 동원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주민의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린란드를 놓고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동맹이 다시 충돌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 시간) 그린란드 관련 입장을 묻는 언론 질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획득이 미국 국가안보의 우선 과제며 북극 지역에서 우리 적들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이런 중요한 외교 정책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논의하고 있다"며 "물론 미군을 활용하는 것은 언제나 최고사령관의 선택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다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그린란드에 대한 위협이 실제 침공은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그린란드 매입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루비오 장관이 이날 의회 의원들에게 이 같이 브리핑했다고 전했다.
유럽은 강력 반발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덴마크 등 7개국은 이날 성명에서 "덴마크와 그린란드 관련 사안을 결정하는 주체는 오직 덴마크와 그린란드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극권의 안보는 미국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집단 협력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며 미국의 협력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식 이후 대서양동맹은 계속해서 삐걱이는 모습을 보였다. 취임 초반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하며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증액하라고 압박했다. 지난달 발간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는 유럽의 친이민 정책과 표현의 자유 억압, 규제 문제 등을 지적하며 '문명 소멸'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린란드 문제를 놓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후 그린란드, 멕시코, 콜롬비아, 쿠바 등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등 '돈로주의'를 밀어붙여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돈로주의는 먼로주의(미국의 유럽대륙에 대한 불간섭,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리더십 강화)와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을 붙인 합성어로, 먼로주의의 트럼프판 버전이다.
가장 큰 배경은 미국이 전세계에 애매하게 개입해 막대한 손실을 보기보다는 서반구에서 만큼은 확실하게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수년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해 중동에 미국식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리겠다고 계획한 미국이지만 막대한 미군 피해 등 손해만 봤고 그 사이 펜타닐이 유입되면서 미국 국내 상황은 피폐해졌다. 이에 애먼 다른 나라 사태에 개입하는 것보다 서반구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립, 마약 유입을 막고 미국의 '앞마당'에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큰 틀에서 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마가)'가 원하는 '미국 우선주의'와도 연결돼 있다.
실제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안보 전략의 교본이 될 NSS를 보면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것은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않는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NSS는 "경쟁자들이 서반구에서 위협적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시했다.
아울러 워싱턴DC 외교가에서는 뉴욕 부동산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영역 구분을 하는 '마피아'적 성향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구의 영역을 나눠 서반구는 미국이 지배하고, 아시아는 중국, 유럽은 러시아 등 강대국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린란드의 경우 막대한 우라늄과 흑연, 석유,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어 이 같은 요소가 돈로주의의 배경이란 해석이다. 덴마크는 약 300년 동안 그린란드를 관할해왔고 1916년 미국은 덴마크령 서인도 제도(미국령 버진 아일랜드)를 받는 대가로 그린란드에 대한 덴마크의 이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