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지금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개별 음식에 대한 관심을 넘어 한식 전반을 하나의 ‘미식 브랜드’로 인식하려는 흐름이 세계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는 우연히 만들어진 현상이라기보다 문화·산업·정책이 함께 작동할 때 가능한 구조적 변화다. 한식의 세계화는 단순한 확산을 넘어 ‘한식의 글로벌 미식 브랜드화’라는 보다 전략적인 목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식은 미식의 가치를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해온 식문화다. 제철 식재료를 중시하는 조리 방식에는 자연의 흐름을 존중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발효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시간을 맛으로 축적해온 지혜의 산물이다. 밥과 국, 반찬으로 구성된 한식의 상차림 역시 균형과 어울림을 통해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미식 철학을 드러낸다.
브랜드란 단순한 인지도를 넘어 일정한 품질과 가치,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개념이다. 한식이 글로벌 미식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개별 메뉴의 인기 여부를 넘어 한식 전반에 대한 일관된 인식 체계가 필요하다. 한식이 지닌 철학과 식문화적 경험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공통의 언어가 구축돼야 한다.
한식의 글로벌 미식 브랜드화 과정에서 현지화와 정체성 유지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도 중요하다. 각국의 식문화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한식 고유의 가치와 기준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시장이 자율적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장치여야 한다.
이러한 방향성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며 체계적인 정책과 지속적인 지원 등 공공 영역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해외 한식당의 품질 관리 체계 구축, 표준화된 정보 제공, 전문 인력 양성은 한식 미식 브랜드의 신뢰를 구축하는 핵심 기반이다. 국가 차원의 공공기관은 민간 영역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장기적 비전과 공통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한식진흥원은 이러한 인식 아래 한식을 ‘문화 콘텐츠이자 산업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통 한식에 대한 연구와 기록, 현대적 해석을 반영한 콘텐츠 개발, 해외 현지에서 활용 가능한 교육 자료 구축은 한식의 브랜드 가치를 축적하는 과정이다. 이는 단기적인 성과보다 중장기적인 신뢰 형성을 목표로 한다.
최근 한식은 K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 영화, 디지털 플랫폼 속 한식은 소비자의 경험과 연결되며 자연스럽게 미식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공공기관의 역할은 이러한 흐름이 일회성 유행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정착시키는 데 있다.
한식의 세계화는 단순한 문화 교류가 아니라 산업 전략이자 국가 브랜드 형성의 핵심 요소다. 음식은 가장 일상적인 문화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인식의 매개체다. 한식이 글로벌 미식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때 한국에 대한 이해와 신뢰 또한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다. 지금은 한식이 ‘얼마나 많이 알려졌는가’를 넘어 ‘어떤 가치로 기억되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책과 현장, 문화와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한식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미식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한식의 가치를 세계 속으로 확장하는 일은 한국 문화의 깊이와 방향성을 함께 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