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스톡커] 대통령 성토장 된 경제학 최고 거두들의 축제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12>

전미경제학회 총회 곳곳서 트럼프노믹스 비판 잇따라

로고프 "달러, 곧 위기…스테이블코인은 선거 자금줄"

"관세율 9%가 적절"…'사기꾼들의 우두머리' 혹평도

옐런 "美적자, 전쟁 수준"…"연준, 물가안정 집중하길"

'AI 변화'도 화두…석학들 "어차피 우리 말 안 들을 것"

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재닛 옐런 전 재무부 장관. 그녀는 현 제롬 파월 의장 직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낸 민주당 소속의 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조 바이든 행정부 재무부 장관을 각각 역임했다. 2001년 정보 비대칭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규정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 조지타운대 경제학과 교수의 아내이기도 하다. 옐런 전 장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국내 취재진에게 “중간선거용 경기 부양 수단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재닛 옐런 전 재무부 장관. 그녀는 현 제롬 파월 의장 직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낸 민주당 소속의 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조 바이든 행정부 재무부 장관을 각각 역임했다. 2001년 정보 비대칭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규정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 조지타운대 경제학과 교수의 아내이기도 하다. 옐런 전 장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국내 취재진에게 “중간선거용 경기 부양 수단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미국과 전 세계의 최고 경제학자들의 최대 연례 축제인 전미경제학회(AEA) 총회가 올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을 성토하는 장이 됐다. 경제학계의 최고 거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철학, 이른바 ‘트럼프노믹스’에는 아무런 이론적 근거가 없다며 대다수 정책을 평가 절하했다. 이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 침해 시도, 무분별한 스테이블코인(가치 안정형 디지털자산)과 인공지능(AI)·은행 규제 완화, 인위적인 달러화 가치 절하, 감세를 통한 재정 적자 확대, 패권 약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무리한 외교 갈등, 근거 없이 유색인종 유입에 반대하는 이민정책, 사익 추구 등을 입을 모아 강하게 비판했다. 연준이 통제할 수도 없는 고용 문제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하면서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베네수엘라 침공 등 대외 정책으로 국민들의 눈을 돌려 지지율 상승을 꾀하는 사이 선거용 정책에 대한 저명 경제학자들의 비판 수위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로고프 “달러 패권, 4~5년내 치명적 위기…스테이블코인은 선거 자금줄”


금융·통화 경제 부문의 세계적인 학자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제대로 하는 경제 정책이 없다며 각 조치를 전방위적으로 비판했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금융·통화 경제 부문의 세계적인 학자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제대로 하는 경제 정책이 없다며 각 조치를 전방위적으로 비판했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지난 3~5일(현지 시간)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 현장에서는 강연장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실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자유 무역을 침해하고 고립주의를 자처하는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경제학자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비판 여론이 높았다. 전미경제학회는 1885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 최고 권위의 경제 학술 단체다. 소속 학자만 전 세계에 걸쳐 2만 3000여 명이나 된다. 매년 1월 초에 열리는 연례총회는 이 단체의 가장 큰 행사로 통상적으로는 여기서 논의된 내용이 미국과 세계 경제 경제 정책 수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3일 강연장에서 국내 취재진과 별도로 만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놀라울 정도로 거대한 정책적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조사국장 출신으로 금융·통화 경제 부문의 세계적인 학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역 연방준비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상시 투표권을 갖는 뉴욕연은의 경제자문위원이기도 하다.

로고프 교수는 “갑작스러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으로 달러 가치가 4~5년 안에 치명적인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일이 올해 안에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달러보다도 더 저평가된 원화와 관련해서는 “경험칙에 따르면 저평가된 통화의 가치는 3년간 10% 정도는 해소된다”며 “앞으로 몇 년 안에 오르지 않는다면 놀랄 것 같다”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법률적 안전장치가 부족한 상황에서 AI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 일이 반드시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고프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를 위한 자금줄”이라며 “가상화폐 이해 집단이 거액을 기부한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큰돈을 벌어들였기에 나는 매우, 매우, 매우 회의적”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로고프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지니어스법’ 체제를 19세기 정부 보증이 없고 파산 절차가 복잡했던 ‘자유 은행’ 시대에 빗대며 “스테이블코인 거래를 더 투명하게 만들면 중앙은행의 추적을 받을 수 있어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달러에 가치를 연동시킨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지니어스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2027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로고프 교수는 관세에 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차트를 걸어놓고 동그라미를 쳐가며 자유 진영을 운영하고 있다”며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상기해야 되고 부채 계획을 세울 때 경제성장에 대해 덜 낙관적인 전망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어차피 내 말은 아무것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노믹스, 경제 정책 아닌 사익 추구”…‘사기꾼들의 우두머리’ 혹평도


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강연하는 불평등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포스트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거두인 제임스 갤브레이스 텍사스대 린든B존슨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그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노믹스에 대해 “존재하지도 않는 경제이므로 정의할 필요도 없다”고 혹평을 내놓았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강연하는 불평등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포스트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거두인 제임스 갤브레이스 텍사스대 린든B존슨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그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노믹스에 대해 “존재하지도 않는 경제이므로 정의할 필요도 없다”고 혹평을 내놓았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이번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불만을 드러낸 학자는 로고프 교수뿐만이 아니었다. 총회에 모인 학자들 대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있을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혹평을 내놓았다.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 시기가 지나가더라도 부작용을 완전히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쏟았다.

불평등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포스트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거두인 제임스 갤브레이스 텍사스대 린든B존슨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3일 “트럼프노믹스는 존재하지도 않는 경제이므로 정의할 필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레이거노믹스에는 통화주의와 공급 중시 경제학을 결합한 일관된 교리가, 빌 클린턴 행정부에는 세계화 모델이라는 논리가 있었는데 트럼프노믹스에는 어떤 이론이나 전략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자신과 자기 회사의 부를 추구하는 과두 지배자들의 위원회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과 관련해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승리해 모든 군사적 목표를 달성할 것이고 중국은 이미 무역전쟁에서 승리했다”며 “미국의 에너지 국경도 이제 페르시아만(灣)만이 아니라 캐나다·베네수엘라가 된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금융 구조와 불평등을 연구하는 영국 리즈대의 진보 성향 경제학자 게리 딤스키 응용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원인이 된 은행 규제 완화 법안에 서명했는데 2기에도 금융 규제를 더욱 줄이려고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적자와 외국 자본 유입에 의존하는 게임을 끝내고 싶어하지 않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AI 열풍 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층화 경제학의 선구자인 데릭 해밀턴 더뉴스쿨 경제학과 교수는 “관세 정책을 자신과 측근들의 이익을 위해 갈취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증거가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아예 ‘사기꾼들의 우두머리(grifter in chief)’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루카스 보어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도 관세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약 1.5% 감소시켰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2019년에 관세를 철회하기만 했어도 미국의 생산이 이후 3년간 3%는 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화폐이론(MMT)의 대표적 전문가인 스테퍼니 켈턴 스토니브룩대 경제학과 교수도 “트럼프 행정부는 소수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는 ‘K자’형 경제 양극화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관세율 9%가 적절…금융 비용, 불확실성 충격도 함께 고려해야”


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강연하는 올레그 이츠호키 UCLA 경제학과 교수. 2022년 40세 미만의 유능한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국제 무역·환율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그는 3일(현지 시간) “관세를 부과할 때 금융 비용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의 적절한 관세율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보다 훨씬 낮은 9%로 제시했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강연하는 올레그 이츠호키 UCLA 경제학과 교수. 2022년 40세 미만의 유능한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국제 무역·환율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그는 3일(현지 시간) “관세를 부과할 때 금융 비용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의 적절한 관세율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보다 훨씬 낮은 9%로 제시했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올레그 이츠호키 UCLA 경제학과 교수는 3일 ‘최적 거시 관세’라는 이름의 논문을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미국의 달러 특권을 어떻게 약화시키는지를 설명했다. 이츠호키 교수는 2022년 40세 미만의 유능한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국제 무역·환율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이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경제 데이터를 입력할 경우 미국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최적 관세율은 34%로 산출된다. 만약 미국 연방정부가 재정수입을 극대화하려 한다면 최적 관세율은 80%까지 치솟는다. 이츠호키 교수는 이 과정에서 금융 부문이 떠안는 비용 부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세에 따른 이익으로 이를 상쇄하려면 최적 관세율은 9%까지 내려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등에 15~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사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2024년 말 108.13에서 2025년 말 98.32까지 9.1%나 내려갔다. 이츠호키 교수는 “이론적으로 관세가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지만 그것은 무역이 아닌 금융을 통하는 일”이라며 “미국과 같은 상황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낮은 관세가 최적”이라고 강조했다.

셰브넴 칼렘리 오즈칸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론적으로는 관세를 부과하면 통화가 절상되지만 지난해의 경우 불확실성이 달러 가치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오즈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보다 4~6% 내렸고, 1~2%에 머물렀던 변동성은 몇 달 만에 7%로 커졌다”며 “관세가 움직이면 환율도 변동하기에 불확실성 충격과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시 슈레이거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과거 달러가 세계의 안전자산이자 가치 저장 수단이었지만 이제 국제 통화 시스템의 미래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짚었다.

일부 석학들은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그럼에도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프로스 중앙은행 총재와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회 위원 출신인 아타나시오스 오르파니데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 교수는 4일 “대안이 있다면 달러 패권이 위험할 수 있으나 지금은 아니다”라며 “과거에 유로화가 대안이 될 뻔했지만 ECB의 정책이 엉망이 되면서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부 장관도 같은 날 “많은 나라들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지만 연준이 통화스와프(화폐 맞교환)에 매우 신중하게 대응했다”며 “현재로서는 달러 외의 대안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연준의 금리 결정이 너무 불투명한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네테 비싱예르겐센 연준 수석고문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불확실한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며 “실업률, 구인·구직 비율 등 지표가 너무 많아 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데다 물가가 올라 사람들이 더 자주 이직하는 탓에 고용지표가 바뀌는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해 FOMC 투표권자인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연은 총재는 “올해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신중한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노동시장이 안정되면 하반기에 금리를 추가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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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美적자, 전쟁 수준”…“연준, 트럼프 자금조달 수단 되지 말고 물가 안정 집중해야”


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거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 그는 이날 “투자자들이 어느 순간 미국 국채 보유를 거부하면 시장이 붕괴될 텐데 선출직 공무원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며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AI 역시 통화정책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 참석한 거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 그는 이날 “투자자들이 어느 순간 미국 국채 보유를 거부하면 시장이 붕괴될 텐데 선출직 공무원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며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AI 역시 통화정책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침해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 예외 없이 불만이 쏟아졌다. 4일 옐런 전 장관은 리사 쿡 연준 이사에 대한 해임 위협, 금리 인하 압박 등 트럼프 대통령의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시도를 특히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녀는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이나 고용 안정이 아니라 재정 상태에 종속되는 상황은 위험하다”며 “경기가 정치적으로 순환할 수 있어 연준이 재정 당국의 자금 조달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옐런 전 장관은 국내 취재진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를 부양할 수단은 없다”며 “차기 연준 의장 지명은 매우 중대한 결정인데 이를 통해서도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옐런 전 장관은 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직전 의장을 지낸 민주당 소속의 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조 바이든 행정부 재무부 장관을 각각 역임했다. 2001년 정보 비대칭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규정한 공로로 노벨경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 조지타운대 경제학과 교수의 아내이기도 하다.

옐런 전 장관은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사회보장 프로그램 등 적자를 늘리는 정책에서 비롯된 재정 문제는 통화정책 대신 정치권의 초당적인 긴축 합의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녀는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올해 약 100%에서 30년 뒤 150% 이상, 순이자 비용은 GDP의 약 3.2%에서 10년 뒤 5.4%로 각각 상승한다”며 “GDP의 약 6%인 현 재정적자 비율은 전쟁이나 경기 침체를 제외하고는 실현된 적이 없는 수준이라 이를 2%로 낮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AI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지만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이 연 1%포인트 더 올라가더라도 10년 뒤 GDP 대비 부채비율은 약 12%만 낮아진다”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도 대규모 인출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물가 안정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경제학자들도 많았다.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연은 총재는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내년 중반까지도 갈 수 있으므로 노동시장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올해 금리 인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녀는 강연에서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연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떨어졌는데 통화정책에 대한 설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가령 파월 의장은 지난해 12월 단기 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했다면서도 이 조치가 양적완화(QE·대차대조표 확대)의 재개가 아니라고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거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이 어느 순간 미국 국채 보유를 거부하면 시장이 붕괴될 텐데 선출직 공무원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매용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의 도입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명백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AI의 발전은 사기, 해킹, 사이버 거래, 시장 조작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울 것”이라며 “연준에 노동시장을 목표로 삼으라는 (정치권의) 압박 탓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 느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르파니데스 교수도 “팬데믹 이후 지난 몇 년간 연준이 ‘최대 고용’이라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에 과도하게 비중을 두면서 물가 안정 유지 업무를 제대로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AI로 노동 가치 떨어지고 소득 격차 확대…이익 공유 방법 찾아야”


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강연하는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그는 사회적 제도가 국가의 번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로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석학이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한국이 비상계엄 사태 극복 과정을 민주주의 측면에서 높게 평가하면서 미국 경제를 두고는 “AI 투자에 매우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완전히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강연하는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그는 사회적 제도가 국가의 번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로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석학이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한국이 비상계엄 사태 극복 과정을 민주주의 측면에서 높게 평가하면서 미국 경제를 두고는 “AI 투자에 매우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완전히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제외하면 이번 총회에서 가장 화두가 된 주제는 단연 AI였다. AI 산업의 대두로 노동·소득·기술 시장이 모두 급격한 변화를 맞닥뜨린 만큼 경제학자들의 관심도 여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로라 벨드캠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3일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웹서핑을 할 때마다 디지털 흔적이 만들어지고 이 데이터는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자신의 데이터 가치를 모른 채 거래한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벨드캠프 교수는 또 “산업혁명 시기에 봤던 것처럼 AI 기술 발전으로 생산이 자본 집약적으로 되면서 자본의 분배 몫이 증가하고 노동의 몫이 감소했다”며 “향상된 생산성으로 만든 이익을 공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에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도 쏟아졌다. 크리스티나 매클레런 토론토대 경영학부 교수는 AI 도입 기업은 고용 감소, 조직 개편, 로봇 도입 등에 비용이 들면서 단기적으로 약 1% 정도 생산성이 하락한다"며 “다만 중장기로 AI 전환을 완료한 기업은 고용·매출·노동생산성이 개선돼 생산성이 ‘J자’ 모양의 커브를 그리며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키아라 파로나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날 “알고리즘 시장은 아직 승자독식 구조가 아니지만 반도체 설계·제조 등 후방 산업으로 갈수록 기업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며 “기업은 점점 ‘AI 공장’이 되고 있고 내부 데이터 정제·검증·제품화 역량을 갖춘 업체만 앞서나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4일 국내 취재진과 만나 미국의 최근 경제성장을 두고 “인공지능(AI) 투자에 매우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완전히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사회적 제도가 국가의 번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로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석학이다. 국가 간 빈부 격차가 지리·문화적 요인이 아닌 제도에서 온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그는 특히 법치주의와 민주적 제도가 장기 경제성장을 이끄는 반면 소수 권력층이 대중을 착취하는 구조는 빈곤의 악순환을 만든다고 분석했다.

“韓 계엄 극복 고무적…AI 시대, 입시 위주 교육 말고 실패·위험도 가르치길”


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강연하는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석좌교수. 헤크먼 교수는 경제 통계 분석 시 발생하는 선택 편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른바 ‘헤크먼 수정’ 기법을 고안한 공로로 200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석학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순위에서 세 손가락 안을 벗어나지 않는 지명도 높은 학자로 꼽힌다. 헤크먼 교수는 이날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아이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한국의 입시 위주 교육을 “파멸적”이라고 평가했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강연하는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석좌교수. 헤크먼 교수는 경제 통계 분석 시 발생하는 선택 편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른바 ‘헤크먼 수정’ 기법을 고안한 공로로 200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석학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순위에서 세 손가락 안을 벗어나지 않는 지명도 높은 학자로 꼽힌다. 헤크먼 교수는 이날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아이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한국의 입시 위주 교육을 “파멸적”이라고 평가했다. 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이번 총회에서는 한국의 정치와 교육 상황에 대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조언도 이어졌다.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3일 ‘한국의 치열한 경쟁식 교육이 경제 발전에 계속 도움이 되겠느냐’는 국내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고 단언했다. 한국의 교육 체제가 아이와의 지적·정서적·심리적 상호 교감보다 커리큘럼에 너무 집착한다는 인식에서다. 헤크먼 교수는 한국말로 직접 ‘학원’이라는 말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교육은 읽기·쓰기·수학 같은 학습에만 국한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험 점수 위주의 교육은 파멸적”이라며 “대학이라도 다양하게 있는 미국보다 한국의 교육이 훨씬 더 심각하게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헤크먼 교수는 경제 통계 분석 시 발생하는 선택 편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른바 ‘헤크먼 수정’ 기법을 고안한 공로로 200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석학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후에도 지난해까지 미국 경제학논문학회의 문헌 데이터베이스 ‘RePEc’에서 집계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순위에서 3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을 정도로 높은 지명도를 갖추고 있다. 그는 노동경제학과 유아교육 프로그램의 대가로도 꼽힌다.

헤크먼 교수는 10여 년 전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시카고대를 방문했을 때를 회상하고는 “당시 그가 ‘실패하는 법을 가르치는 대학을 운영한다’고 하길래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 생각이 옳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낯선 방에 들어가게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해 실패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실패에서 회복하고 다음 단계로 갈 정서적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크먼 교수는 AI에 관해서도 그가 최근 중국 선전에서 아이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교육용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서 “생각을 대체하는 용도로 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4일 국내 취재진과 만난 아제모을루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에서 일어난 일은 꽤 고무적(inspiring)”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열망을 보여줬다”며 “한국은 군사정권 통치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한 뒤 1인당 GDP뿐 아니라 유아 사망률, 교육 등의 지표도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그러면서도 “민주주의가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쇠퇴하거나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 근거로 신흥국뿐 아니라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 증가하는 상황을 지목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지난해 발표된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의 ‘V-Dem’ 보고서와 미국의 국제인권 단체인 프리덤하우스의 보고서를 언급하며 “미국의 민주주의 지수가 상당히 악화됐다”고 걱정했다.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제안한 해법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에도 자신만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새해 벽두부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체포하면서 국제 정세를 흔들고 있다. 당장 11월 미국 중간선거 승리에 도움이 될 정책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경제학 이론과 트럼프노믹스 간 괴리가 올해에도 한층 더 커질 공산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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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윤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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