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달러화 강세)가 계속되며 미국산 식품의 가격이 뛰자 대형마트가 진열대를 페루·아일랜드산 등 다른 산지 상품으로 채우는 등 ‘고환율 방어 전략’을 내놓고 있다. 달러 기준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면세점들은 일부 제품이 백화점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자 단독 기획을 통해 가격을 낮춘 제품을 매대 전면에 내세웠다.
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0.3원 오른 1445.8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9월 1400원대에 오른 이후 약 3개월 넘게 고환율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1422.16원으로 집계됐다.
고환율로 수입 먹거리 물가 부담이 커지자 마트 업계는 원산지 전환을 비롯해 사전 매입 등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마트는 환율 상승으로 미국산·호주산 소고기 가격의 부담이 높아지자 아일랜드산 소고기를 신규로 발굴했다. 또 냉동 블루베리는 기존 미국·칠레산에서 페루산을 추가 도입했다. 태국·필리핀산 중심인 망고도 베트남산을 추가해 3개국으로 산지를 늘리면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고환율에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환율과 더불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등 다양한 외부 변수에 대비해 산지 다변화 전략을 지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올해에도 품목별로 신규 산지를 발굴하고 수입하는 절차를 테스트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그간 노르웨이·칠레산 연어에 의존했지만, 지난해 국내산 양식 연어를 처음으로 선보인 후 국내산 연어 판매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내산 연어를 도입해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또 파인애플이나 아보카도 등 전량 수입해야 하는 수입 과일 역시 원물을 사전에 매입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 업계의 진열대도 바뀌고 있다. 환율 상승분이 고스란히 판매가에 반영되면서 면세 가격의 메리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신세계면세점은 단독 상품 큐레이션 기획전을 통해 차별화에 나섰다. 면세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매대에 내세워 가격 경쟁력을 보완하겠다는 전략이다. 말띠 해 상징을 담은 신년 한정 주류 에디션과 향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온라인몰에서는 패션·시계·주얼리 등을 특가에 판매하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국내 브랜드에 적용하는 기준환율을 1350원에서 1400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국내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국내 브랜드 상품은 원화로 출고가가 정해져 있어 기준환율이 높아질수록 달러 환산 면세가가 낮아지는 구조다. 이 구조를 활용해 면세점 고객들이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또 쇼핑 지원금 형태의 ‘LDF PAY’ 등을 제공하는 환율 대응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신라면세점은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총 1억 3000만원 규모의 경품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환율 부담 속에서도 고객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도 환율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통업계의 이 같은 고환율 방어 전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은 저성장, 저수익 등 내재적 원화 약세 추세에 달러 수급 악화 우려가 가세하며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마트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입산 먹거리 가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사전 물량 협의, 한시적 할인 행사 등 다양한 방식의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수입산 상품을 국산 품종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경우에는 국산 상품을 확대 진열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