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선거 끝나면 수사, 처벌은 집행유예…공천헌금 악순환

◆여야 가리지 않고 선거철마다 '논란'

박순자·하영제 대법원 실형 확정

수사 장기화에 집행유예 등도 다수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공천헌금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공천을 대가로 정치인이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은 특정 정당이나 일부 정치인의 일탈을 넘어 정치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구조적 악습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관련 수사는 선거가 끝난 뒤에야 본격화되고, 기소까지 이어지더라도 실형 선고는 드문 탓에 공권력이 이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강선우 무소속 의원을 둘러싼 ‘1억 원 공천헌금 수수 의혹’ 역시 이런 구조적 문제를 다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강 의원의 전 보좌관 A 씨를 상대로 16시간 넘는 고강도 조사를 벌였지만, 결정적인 진술이나 물증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2022년 4월 서울시의원 공천을 신청한 김경 후보자로부터 공천 대가로 1억 원을 받아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강 의원과 A 씨, 헌금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김 시의원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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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헌금 의혹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돼 왔다. 박순자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 안산지역 시의원 공천권을 빌미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000만 원이 확정됐다. 하영제 전 국민의힘 의원도 2021년 총선을 전후해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 6개월형이 확정됐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른바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 전 의원 역시 정당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는 예외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황보승희 전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공천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은 2021~2022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송치됐으나 약 3년이 지나서야 검찰이 공소를 제기했다. 2021년 민주당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허종식·임종성 의원은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수사 구조 자체가 공천헌금 논란을 반복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발 이후 경찰 수사, 검찰 송치, 기소 여부 판단, 재판에 이르기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당수 사건은 선거가 끝난 뒤에야 수사가 본격화되고, 정치적 파장이 사그라든 이후에야 사법 판단이 내려진다. 선거에서 낙선할 경우 아예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전중혁 법무법인 한원 변호사는 “선거 기간 중 정치자금법 위반을 수사할 경우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수사기관이 사실상 선거가 끝날 때까지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선거 결과에 따라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어 공천헌금 논란은 다음 선거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천헌금 논란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후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성 강화와 상시 감시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금품 수수 정황이 포착될 경우 정당 차원에서 즉각적인 공천 배제와 내부 징계가 이뤄져야 실효성이 담보된다”며 “지금처럼 사법 판단에만 기대서는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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