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성기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생전 편지가 공개되며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편지에는 “이 세상에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이라는 아버지의 당부가 담겼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홀에서는 고 안성기의 영화인 영결식이 엄수됐다. 유족 대표로 나선 장남 안다빈 씨는 인사말을 시작하며 “아침 바쁜 시간에도 참석해 배웅해 주신 분들께 가족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에서도 아버지는 영화인의 직업 정신을 이어가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하며 울컥했다.
안 씨는 고인의 서재를 정리하던 중 발견한 편지를 꺼내 들었다. 그는 “아버지가 안 계신 공간에 들어가 예전부터 버리지 않고 모아두신 것들을 정리하다가, 제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써주신 편지를 발견했다”며 “제게 쓴 글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남긴 말씀인 것 같아 읽어보겠다”고 했다.
편지에는 “다빈아, 네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날, 아빠를 꼭 빼어 닮은 주먹보다 작은 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글썽거렸다. 벌써 이렇게 커 의젓해진 너를 보면 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는 문장이 담겼다. 이어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넓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자기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실패와 슬픔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야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끝없이 도전하면 나아갈 길이 보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고인은 “동생 필립이 있다는 걸 늘 기쁘게 생각하고, 동생을 위해 기도할 줄 아는 형이 되거라.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 1993년, 아빠가”라고 적었다. 안다빈 씨는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고 안성기는 지난 5일 오전 9시 별세했다. 향년 74세. 지난해 12월 30일 심정지 상태로 서울 순천향대병원 응급실에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그는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재발해 투병 중이었다.
장례는 (재)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의 영화인장으로 치러졌다. 원로배우 신영균이 명예장례위원장을 맡았고, 배창호 감독과 이갑성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신언식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 양윤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다. 화장은 서울추모공원에서 진행되며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다.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아역 데뷔한 안성기는 ‘하녀’, ‘바람불어 좋은 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만다라’, ‘고래사냥’, ‘미술관 옆 동물원’, ‘취화선’, ‘실미도’, ‘화려한 휴가’, ‘부러진 화살’,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국민 배우’로 불리며 한국 영화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