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다시 달러당 1470원 선을 오르내리는 가운데 은행들이 달러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외화예금 금리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과도한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의도지만 은행들이 정부 눈치에 가계 대출금리에 이어 외화 수신금리까지 손을 대면서 금리 체계 전반이 뒤틀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미국 달러화 1개월제 ‘국민UP외화정기예금’의 금리는 이날 현재 연 3.06%로 이달 초보다 약 0.0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12월 초와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0.37%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6개월 만기는 0.3%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신한은행의 ‘밸류업 외화회전정기예금’의 경우 이날 기준 1개월제 달러 예금금리가 3.13%, 6개월 만기는 3.22%다. 지난해 12월 초와 비교하면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안팎씩 하향 조정됐다.
우리은행도 15일부터 ‘위비트래블 외화예금’ 달러 금리를 1%에서 0.1%로 대폭 인하할 예정이다. 유로화(EUR) 금리는 기존 연 0.5%에서 0%로 낮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리 혜택보다는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연장 등을 통해 차별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정부가 달러예금 급증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으면서 은행권이 금리 인하를 통한 자체적인 수요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향후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고객들이 달러예금 예치를 늘리는 추세”라며 “가입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금리 조정을 통해 수요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외화예금 금리 인하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금리 체계만 꼬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금융계의 관계자는 “외화예금 금리가 매력적인 게 아니라 원화 약세로 이득을 보는 게 훨씬 큰 상황”이라며 “달러예금 금리를 내린다고 외화예금 수요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화예금은 꾸준히 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671억 9387만 달러로 한 달 새 68억 8170만 달러(11.4%)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개입으로 한동안 환율이 안정을 찾자 이를 계기로 달러를 상대적으로 싸게 매입하겠다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외화예금의 원화 환산 시 수수료를 우대해주는 식으로 달러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최대한 억제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