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간성혼수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30대 여성 변 모(30) 씨. 위급한 상황에 생을 마감하기 직전이었다. 배에는 복수가 만삭 임산부처럼 차올랐고 눈에는 황달이 짙게 깔렸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인 데다 10년 넘는 과음으로 말기 간경화에 이른 탓이었다. 의료진은 몇 개월도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유일한 해법은 간이식이었다. 가족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변 씨는 10대 때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해 가족과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연고지인 부산을 떠나 원주를 떠돌며 술로 세월을 보낸 그의 삶은 방향을 잃은 지 오래였다. 사회복지팀의 도움으로 어렵게 가족들과 연락이 닿았다. 연로한 부모는 생체이식을 할 몸 상태가 아니었다.
뇌사자의 간을 이식하기로 결정하고 변 씨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다.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 자칫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병원을 옮긴 지 하루 만에 기적이 찾아왔다. 뇌사자의 간은 말기 간질환자의 응급도에 따라 배정되는데 변 씨는 매우 위급한 상태여서 이식의 기회가 주어졌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병원을 옮겨온 지 하루 만에 장기 매칭이 이뤄지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극적으로 간이식 수술을 받은 변 씨는 중환자 집중 관리를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 또 집을 나온 지 10여 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술은 완전히 끊었다. 자포자기했던 삶에서 새 생명을 얻은 변 씨는 미래에 대한 희망도 생겼다. 검정고시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해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졸업 후에는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비 지원 학원도 알아보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기증된 장기를 이용한 장기이식은 생명을 살리는 ‘치료’를 넘어 환자가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돕고 해체 위기에 놓인 가정도 회복시키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변 씨의 간이식을 집도한 김덕기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10대 때 가출해 사회를 등졌던 청년이 가족과 화해하고 학교로 돌아가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며 “‘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환자들이 말할 때 장기를 기증해주신 분과 그 가족의 숭고한 결단에 가슴 깊이 감사하게 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