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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제도 90% 알지만… 등록률은 3%에도 못 미쳐 [장기기증 캠페인 이어진 숨, 피어난 삶]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조사

인지율 94%·긍정 인식 57%에도

두려움·의료기관 불신 등에 주저





국민 10명 중 9명은 장기기증 제도를 알고 있지만 실제 기증 희망 등록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3%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이 큰 것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12일 만 16세 이상 70세 미만 국민 20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기·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 장기기증에 대한 인지율은 94.2%로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전체 응답자의 56.7%는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중도는 36.4%,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6.9%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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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높은 인식과 달리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참여도는 크게 떨어졌다. 장기·인체조직 기증에 대해 ‘매우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1%, ‘다소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33.8%였다. ‘잘 모르겠다, 생각해본 적 없다’는 응답이 45.1%로 가장 많았고 ‘별로 의향이 없다(12.2%)’ ‘전혀 의향이 없다(5.8%)’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특히 장기기증 제도를 알고 있는 설문조사 대상자들 중 실제 기증 희망 등록을 한 경우는 2.9%에 불과했다. 장기기증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기증 희망 등록이라는 실제 행위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증 희망 등록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인체 훼손에 대한 우려’가 30.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20.9%)’ ‘가족 간 의견 불일치에 대한 우려(13.4%)’ ‘의료진·의료기관에 대한 불신(10.4%)’ ‘장기 분배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9.4%)’ 등이 뒤를 이었다. 단순한 감정적 거부보다 제도 운영에 대한 신뢰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30세대 젊은층에서는 장기기증을 ‘막연한 불안’이나 ‘나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정성조사 결과 이들은 장기기증을 공포의 대상이라기보다 제도와 절차에 대한 불신과 거리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는 무력감 역시 참여를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증 희망 등록 이후에도 실제 기증은 가족의 판단과 동의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40.3%는 본인이 사전에 기증 희망 등록을 했더라도 가족이 반대할 경우 기증을 중단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다. 장기기증이 개인의 결단만으로 진행되기 어렵고 가족의 이해와 동의가 실질적으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장기기증 참여가 저조한 원인을 결정을 미루는 행동에서 찾고 있다. 실제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하지 않은 응답자들 중 상당수는 장기기증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인식은 있지만 충분한 정보와 설명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는 의미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국민 다수가 장기기증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막상 본인과 가족의 문제로 다가오면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기증을 도덕적 선택의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 제도와 절차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노출시키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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