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자국 반정부 시위 사태에 미국이 개입할 경우 미군에 대한 군사 보복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강력한 선택지’를 살펴보고 있다며 군사 공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이란을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11일(현지 시간)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먼저 (이란을) 공격할 경우 중동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중동 해상 운송로와 이스라엘 역시 타격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반정부 시위대에 대해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개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자 반발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을 무너지는 ‘석관’으로 그린 삽화를 게시하며 “세상의 폭군과 오만한 이들은 교만이 극에 달했을 때 몰락했다. 당신 또한 몰락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미국도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시간마다 (이란 상황을) 보고받고 있고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란 지도자들이 (10일) 전화해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회담은 준비하고 있지만 회담이 열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행동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군사개입 옵션’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CNN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반정부 시위로) 이란 내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군사력 동원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이날 현재 최소 544명이 숨졌으며 최소 1만여 명이 교도소로 수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사망자가 2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상군 투입은 선택지 중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등 고위 관료들로부터 이란 대응 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다. 대응 방안에는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포함해 이란의 군사·민간 시설을 겨냥한 비밀 사이버 무기 투입,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스타링크 등 온라인 지원, 이란 정권에 대한 추가 제재 부과 등 다양한 옵션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설명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미군이 이란의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를 노리거나 하메네이를 표적으로 삼는 과감한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성공 사례에 자신감을 얻어 또다시 특수작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 모두 공격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국 간 긴장은 지난해 6월 미군이 이란의 지하 핵시설 3곳을 벙커버스터(GUB-57)를 동원해 전격 공습한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 이후 또다시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WSJ는 안팎으로 궁지에 몰린 이란 지도부가 전에 없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란이 지난해 미군의 공습 이후 카타르 알우데이드의 미 공군 기지에 가한 공격이 시간과 목표를 미리 통보하는 상징적 제스처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실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은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린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또한 섣불리 이란을 공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이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이 무너졌지만 여전히 내전이라는 긴 터널 속에 갇힌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독재 지도부만 사라진 상태에서 혼란이 장기화하는 것이 이란이 맞이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일단 이란에 대해 비(非)군사적 개입을 시도하고 이와 동시에 이란과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