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담배소송 선고 앞둔 건보공단 "폐암 82%가 흡연 탓"[이슈 포커스]

■청구기각 6년만에 15일 2심 선고

공단, 18차례 변론…뒤집기 총력

흡연-암 발병 인과 등 쟁점 주목

"향후 담배 규제정책 방향성 달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작년 5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533억원 규모의 ‘담배 소송’ 항소심 최종 변론기일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작년 5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533억원 규모의 ‘담배 소송’ 항소심 최종 변론기일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 원대 '담배소송'의 2심 선고가 15일 열린다. 2020년 11월 1심 재판부가 공단의 청구를 기각한 지 약 6년 만으로 건보공단이 소송을 처음 제기한 지는 12년 만이다. 공공기관이 직접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국내 첫 사례로, 담배 규제 정책의 향방이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어 재판부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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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건보공단과 법조계에 따르면 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선고가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다.



공단은 흡연 폐해에 대한 담배회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2014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30년·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환자 중 흡연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다고 알려진 편평세포폐암·소세포폐암·후두암 환자 3465명으로 청구 대상을 한정했다. 소송가액 533억 원은 공단이 10년간(2003~2012년) 이들에게 지급한 급여 진료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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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6년 넘게 진행된 1심 공방에서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흡연 외 요인으로도 폐암이 발병할 수 있고, 흡연은 개인의 단순한 선택으로 해석했다. 담배 회사들이 니코틴의 강한 중독성과 유해성을 알면서 고의로 축소·은폐하고 담배의 설계상·표시상 결함이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은 2020년 12월 항소장을 제출한 이후 약 5년간 총 18차례의 변론을 통해 1심 판결 뒤집기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항소심 판결을 가를 핵심 쟁점은 크게 세가지다. △흡연과 암 발병 간 인과성 △담배회사의 제조물 책임 및 불법행위 여부 △공단의 직접 청구권 인정 등이 그것.

국내외 전문가들은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는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이날 담배소송 대상자의 폐암 발생위험을 분석한 결과 흡연이 차지하는 영향이 81.8%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한국 남성을 대상으로 개발한 '폐암 발생 예측모형'으로 담배소송 대상자 중 30∼80세 남성 폐암 환자 2116명의 폐암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다. 장성인 건강보험연구원장은 "흡연과 폐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재입증하는 의학적 증거"라며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재판부의 판단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공단이 작년 5월 최종 변론을 앞두고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년·20갑년 이상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보다 소세포폐암 발병 위험이 무려 54.49배 높았다. 공단 건강보험연구원과 연세대 보건대학원이 건강검진 수검자 13만 6965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다. 흡연이 폐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96~97%, 후두암은 85%로 매우 높다는 역학연구 결과 등 22건의 추가 증거자료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 등 해외 석학들도 '흡연이 폐암의 명확한 원인이며, 이는 중독에 의한 결과'라는 서한을 보내 공단에 실질적인 힘을 보탰다.

담배회사의 제조물 책임 및 불법행위 여부도 쟁점이다. 담뱃갑 경고문구에 폐암이 기재된 건 1989년부터다. 1976년 담뱃갑에 경고문구가 처음 등장했으나 '건강을 위해 지나친 흡연을 삼가자'는 문구를 옆면에 작게 표기하는 수준에 그쳤다. 위법성이 없으려면 흡연의 유해성에 대해 충분한 경고와 정보를 제공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게 공단 측의 논리다.

공단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느냐는 쟁점에 대해서는 공단도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건강보험연구원이 세계은행(World Bank)과 공동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14~2024년 누적된 흡연 관련 의료비 지출은 약 40조 7000억 원에 달했다. 2024년에만 4조 6000억 원가량의 의료비가 든 것으로 추정됐고, 그 중 82.5%가 건보 재정에서 나갔다. 간접흡연에 따른 의료비도 16.5%를 차지했다. 해외에선 개인이나 정부가 담배 회사들에서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낸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은 1998년 담배 회사들이 46개 주정부에 흡연 예방 사업 등을 위해 25년에 걸쳐 260조 원 이상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피해자 집단소송을 통해 약 33조 원의 배상 합의가 확정됐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날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업무보고회에서 “담배 소송은 일부라도 승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2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고는 불가피하다. 국민들이 폐암이 담배로 인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다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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