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다시 상승하며 1470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주요 64개국의 통화 가치 중 우리 돈 원화 가치가 꼴찌 수준인 걸로 나타났다.
12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원화의 ‘명목 실효 환율’(NEER)은 86.56을 기록했다. 2020년을 100으로 하는 이 지수는 특정 국가의 통화 가치를 주요 교역 상대국인 미국 등 64개국과의 무역량을 반영해 가중 평균한 것이다. 특정국의 통화 가치를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산출한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원화는 64개국 중 아르헨티나(4.89)와 튀르키예(16.27), 일본(70.14), 인도(86.01)에 이어 5번째로 낮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10월 14일(84.7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도 이는 외환 당국이 외환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소폭 반등한 수치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와 맞닿은 84.8까지 하락했었다. 다음 날 외환 당국이 환시 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30원가량 급락했고 명목 실효 환율도 86.6까지 상승했다.
단순 환율뿐 아니라 물가 수준까지 반영해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얼마만큼의 구매력을 지녔는지 나타내는 ‘실질 실효 환율’(REER)을 보면 상황이 더 나쁘다. 최근 발표치인 지난해 11월 말 기준 원화는 87.05를 기록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말(85.47) 이후 가장 낮다. 이 지표의 경우 원화는 일본(69.4) 다음으로 낮아 64개국 중 63위를 차지했다.
이런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실질 실효 환율이 낮았던 지난해 11월 수입 물가 지수 상승률은 2.6%로 2024년 4월(3.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석유류가 6.1%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실질 실효 환율이 낮으면 수출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통념도 옛날 얘기가 됐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실질 실효 환율이 10% 하락할 때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0.29% 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출품을 만들기 위해 원재료와 중간재를 들여올 때 비싼 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고환율을 꺼리는 것은 중소기업계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63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회사의 40.7%가 “최근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이익을 봤다고 답한 곳은 13.9%에 불과했다.
외환당국의 강력한 구두개입과 시장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새해 또다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 성장과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방식으로 원화의 근본적인 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