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중국 인민이 가난한 2가지 이유

BOOK REVIEW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lt;brgt;랑셴핑 지음/ 이지은 옮김/ 미래의 창/ 1만5,000원


저자는 "선진 자본들이 환경파괴를 수반하는 제조업을 중국에 맡기면서 이익은 모조리 빼가는 구조 탓에 중국이 열심히 물건을 만들수록 미국과 유럽만 잘 살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고 했다.

중국을 빼놓고 세계경제를 말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어느새 일반화된 G2라는 단어에서도 중국은 슈퍼파워 미국 바로 뒤에 선다. 경제 파워로는 세계 두번째라는 뜻이다.


이처럼 모두가 중국을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인정하게 됐지만 그 안에 사는 중국인들의 위상은 아직 좀 다른 듯하다. 이 책이 주목하고 또 지적하는 부분은 바로 경제대국 안에 살고 있는 중국인의 삶의 질이다.

"중국 사람들 못 사는 거야 다 아는 사실 아니냐" "그걸 다룬 책이 우리한테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냐" 고 물을 법도 하다. 한편으론 맞지만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하다. 모든 국가가 기본적으로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봤을 때, 현재 중국인이 처한 현실과 그들이 느끼는 불만의 방향은 앞으로 거함 중국을 움직일 나침반과 같다.

지리적으로 이웃한 한국에게 중국은 이미 무역의존도가 가장 높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지 오래다. 앞으로는 어쩔 수 없이 속하게 될 "중화 경제권" 에서 나름의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권고마저 나온다. 그래서 중국을 움직이는 중국인들의 현실은 우리에게도 더없이 중요하다.

대만 출신으로 미국에서 경제를 전공하고 현재 홍콩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저자는 오늘날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다양한 모순들을 지적하고 있다. 본토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학자여서인지 비판은 꽤 선명하고 직설적이지만 동시에 충분히 정교하지는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어쨌든, 중국인의 시각에서 본 중국 경제의 모순을 살짝 들여다 보자.

책의 1부(전체는 5부다), "중국인의 삶은 왜 이리 고달픈가" 라는 질문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선 잘나가는 중국 경제에 비해 여전히 낮은 중국인들의 소득 문제부터 지적하고 있다.

2009년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 GDP 대비 소비 비중은 29%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저자는 이처럼 낮은 소비가 중국인들의 낮은 소득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GDP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20%대인 태국, 이란 등에도 훨씬 못 미치는 8%에 불과하다는 것. 평균 임금도 태국(2달러)보다 낮은 0.8달러에 불과한데 근로시간은 전세계 최장 수준이니 중국인들의 삶이 고달플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단호하게" 두 가지 원인을 꼽는다. 첫째, 미국과 유럽의 착취. 일각에선 첨단 핵심기술 없이 저임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중국 경제의 특성상, 선진국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하청계약 때부터 중국 기업에는 일방적인 저수익이 강요된다는 것. 중국에 주문 생산해 장난감을 파는 미국 완구업체 마텔은 제품 1개당 24위안(약 4,060원)을 벌지만, 중국 하청업체는 개당 1마오(약 16원)를 남긴다고 한다. 중국 하청업체로선 원자재 값이라도 아껴야 할 판이지만, 플라스틱 펠레트라는 화학공업 제품 가격 역시 미국 월가가 국제시장에서 미리 정해놓고 있다. 결국 중국 업체는 선진국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사이에서 착취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들 선진 자본들이 환경파괴를 수반하는 제조업을 중국에 맡기면서 이익은 모조리 빼가는 구조 탓에 중국이 열심히 물건을 만들수록 미국과 유럽만 잘 살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고 했다.

두 번째 이유는 중국 경제의 편중 성장이다. 매년 10%씩 이뤄지는 경이적인 고성장은 교각 수리나 도로 건설 때문이지 국민들의 소비가 늘어서가 아니라는 얘기다. 저자는 "2008년 GDP에서 무려 57%를 차지했던 철근 middot; 콘크리트가 2009년 오히려 67%까지 늘어났다" 며 "전체 사회가 부를 쌓거나 소비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중국 스스로 철근 middot; 콘크리트와 "맞교환" 하고 있는 셈" 이라고 꼬집고 있다.


마찬가지로 생필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건 값이 미국보다 중국에서 훨씬 비싼 것도 국민들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고급 스포츠카인 BMW Z4 시리즈의 중국 내 가격은 58만9,000위안인 데 반해, 미국에선 20만 위안이면 살 수 있다. 파나소닉 54인치 LCD TV 역시 중국에선 4만939위안에서 팔리지만 미국에선 1만239위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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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같은 이유를 영화표 값을 들어 설명한다. 2007년 베이징에서 개봉한 트랜스포머의 표값은 80위안. 하지만 미국 영화관의 트랜스포머 표 값은 54위안이었다. 왜 일까. 답은 소득수준에 따른 소비성향의 차이에 있었다. 돈을 많이 버는 미국인의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편수는 6편이지만 먹고 살기 바쁜 중국인의 연간 영화관람 편수는 0.1편에 불과하다. 자연히 영화관 입장에선 적은 관객을 상대로 본전을 뽑자니 표 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것이다. 찾는 사람이 적으니 13억 인구가 사는 중국의 영화 상영관은 4,097개, 반면 인구 3억의 미국내 영화 상영관은 3만8,990개다.

저자는 "공공재를 제외하면 컴퓨터, 운동화, 사치품 등 제품들의 중국 내 판매가격은 거의 모든 다른 국가들보다 비싸다" 며 "물가에 거품이 생기면서 중국 사회에 새로운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고 진단하고 있다.

책 초반부를 읽고 나면 지금 중국이 겪고 있는 갖가지 경제성장의 어두운 단면들에 대한 이해도 빨라진다. 급격한 성장을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 제도나 시스템의 후진성이, 역시 국가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개인과 기업의 가난과 조합을 이뤄 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해석이다.

저자는 "동물에게도 먹이지 않는 폐식용유를 재처리해 새 식용유처럼 되파는 유사 식용유 현상의 이면에는 이 사업이 가져다주는 엄청난 수익에다 엄포 위주의 단속에 머물고 있는 당국의 안일한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멜라민 분유 사건을 겪고도 여전히 엉터리 품질 제품이 횡행하는 데는 공무원들의 부패와 복지부동, 언론의 감시 부족 등이 한몫하고 있다" "때에 따라 널 뛰는 채소 가격 역시 산지 농민과 소매상 사이에서 매점매석을 일삼는 도매상들의 횡포를 방관하는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등의 문제를 잇따라 제기한다.

이 밖에도 이 책은 중국이 처해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열거한다. 선진국 기업과의 하청관계에서 갈수록 열악한 노동환경에 몰리게 되는 팍스콘 같은 중국 기업들의 실태. 이른바 해외투자라는 명분으로 자동차를 생산한 지 13년 된 지리(吉利) 자동차가 80년 역사의 스웨덴 볼보 자동차를 "무턱대고" 인수하는 묻지마 확장에 대한 우려. 중국이 처한 진정한 환경 문제는 선진국들을 흉내 낸 탄소배출 절감보다 당장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문화 정착이라든가, 이미 세계적인 물부족 국가이면서도 안이한 대처로 심각성만 키우고 있는 당국에 대한 질타 같은 것들이다.

저자는 허울좋은 성장에 취해 있는 중국을 줄곧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다만 선진국에서 공부하고 지냈던 경험 때문인지 대부분의 처방은 '왜 미국, 유럽, 일본처럼 못 하냐' 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저자의 처방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대책을 세우리란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다

삶의 정도
윤석철 지음/ 위즈덤하우스/ 1만4,000원

한국 경영학 원로인 저자가 1981년부터 10년 주기로 낸 저작 시리즈의 4번째 작품. 인간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매체' 와 삶의 목표와 소망에 결부된 '목적함수' 로 인간의 삶을 분석하며, 이를 통해 모든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삶의 정도는 간결함의 추구에서 시작된다는 저자의 통찰은 현대인들에게 진지한 사색의 기회를 열어준다.

그레이트 리셋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김민주ㆍ송희령 옮김/ 비즈니스맵/ 1만3,000원

1930년대 대공황을 한편으론 경제 질서를 재편한 그레이트 리셋의 시기로 해석한 책. 저자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현재의 경제위기를 1870년대의 장기 불황, 1930년대의 대공황과 비교ㆍ분석하며 위기극복 방안을 모색한다. "리셋은 창조적 파괴자" 라며 금융위기 이후 현재 3차 그레이트 리셋을 성공적으로 보내려면 아이디어 중심의 창조 경제로 비즈니스의 새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국지가 경영전략에 답하다
에구치 요코ㆍ요시다 카츠미 지음/ 양영철 옮김/ 지식공간/ 1만3,500원

장비가 혼자 몸으로 조조의 10만 대군을 상대했던 장판교 전투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적을 좁은 곳으로 유인하라는 '란체스터 법칙' 을 연상케 한다. 삼국지의 11대 명장면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며 약체였던 유비가 어떻게 강자가 되었다가 다시 패망의 길로 들어섰는지 추적한다. 동시에 최강자 기업을 무너뜨리고 1위 자리에 오른 기업의 실제 사례를 하나씩 만나게 된다.

김용식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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