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휘어잡고 승리하라


천재만 멋진 은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 자기 꾀에 넘어가지는 말아야 한다. 은퇴의 기본을 마스터하고 성공적 은퇴생활을 영위하는 비결을 알아본다.
BY GeoffColvin
PHOTOGRAPHS BY RODNEY SMITH

미적분학의 창시자이자 운동법칙과 광학법칙을 발견한 과학자,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역사상 가장 똑똑했던 인물 아이작 뉴턴은 투자자이기도 했다. 77세에 은퇴하면서 그는 남해 주식회사 South Sea Co.의 주식을 사들였다가 두 달 후 팔아 100%의 수익을 냈다. 뉴턴다운 천재성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나 다시 주식을 매입했다가 악명 높은 18세기 초 거품 붕괴와 맞물려 현재 가치로 500만 달러에 해당하는 재산을 잃긴 했지만. 뉴턴의 이야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비관적 시각에서 보자면 역사상 가장 똑똑한 사람도 투자에서 돈을 잃었으니 남은 우리 모두는 분명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낙관적으로, 그리고 똑바로 보면, 성공적인 투자는 지성에 달린 것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뉴턴이 돈을 잃지는 않았을 테니까. 남은 우리에겐 투자에 성공해 안락한 은퇴생활을 할 수 있는 희망이 분명 있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명석함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은퇴 후 전망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는 투자 실수는 종목이나 펀드를 잘못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기본적인 데 있다. 우리는 조기에 어딘가에 투자를 해야 할 때에도 아무것도 행동에 옮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참을성 있게 갖고 있어야 할 때에도 남들의 참견에 무너지고 만다. 그런 일은 하필 일어나선 안 될 때 꼭 일어난다. 움직여야 할 때 가만히 앉아 있고, 가만히 있어야 할 때 움직이는 것 같은 두 가지 매머드급 실수만 하지 않더라도 성공적인 은퇴 가능성은 엄청나게 높아진다. 다행스럽게도 꼭 똑똑한 사람만 그런 실수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실수인지 이해만 하면 누구나 피할 수 있다.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2년 전 경기침체 당시 근로자 35%는 은퇴 대비 저축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이 수치가 41%로 늘어났다는 사실이 미 고용 복지연구소 Employee Benefit Research Institute의 최신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사업장으로부터 퇴직예금이 지원되는 근로자 중에서도 21%가 혜택을 받지 않고 있다. 2년 전의 19%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딱 보기에도 자멸에 가까운 행동이지만, 행태 재무학 전문가의 눈에는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행태 재무학계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현상 유지 편향 status quo bias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사람은 많은 경우 아무 행동도 하지 않도록 행동 양식이 굳어져 있다. 데이터로 보아 행동을 하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될 때도 마찬가지다. 이를 초래하는 것 중 하나는 손실 회피 loss aversion 성향이다. 100달러를 더 버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100달러를 잃지 않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이 뼛속까지 물들어 있다는 뜻이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투자를 하려 해도 선택지가 너무 많아 행동경제학에서 선택권 마비 choice paralysis라 부르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모든 투자 대안들이 너무 많아 다 파악할 수 없다 보니 아무것도 고르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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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는 지금 해결책을 찾고 있다. 한 가지 방법은 나이든 미래 모습을 사진으로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70살이 되면 어떤 모습이 될지 절망적일 정도로 적나라하게 보고 나면 열심히 저축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정교한 디지털 사진 기술이 너무 어렵다면 어떻게 할까? 그럼 보다 간단하게, 수십 년 후라도 구체적인 은퇴 날짜를 정해 보는 게 저축 성향을 키우는 데 좋은 방법이 된다. 그 반대의 경우, 즉 가만히 있어야 할 때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로 치명적이다. 지난 20년 동안 S&P 500대 기업은 연평균 9.1%의 수익률을 냈지만 같은 기간 투자 자들이 기록한 수익률은 연평균 3.8%에 불과했다고 리서치 기업 달바 Dalbar는 분석했다. 즉, S&P 인덱스펀드에 투자금을 맡겨둔 어떤 투자자가 컴퓨터와 전화 코드를 20년 동안 뽑아 놓고 있었다면 꽤 쏠쏠한 재미를 봤을 것이란 얘기다. 주가가 거의 다 올랐을 때 주식을 사고 바닥을 칠 무렵에 파니까 일을 망치는 것이다.

원인을 설명하자면 인간의 여러 성향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최근성 편향 recency bias이라는 것으로, 이는 미래가 가까운 과거와 매우 흡사하며 미래 주식시장도 최근 경향대로 움직일 것이라 믿는 습관을 가리킨다. 또 하나는 후회 기피 regret avoidance 성향이다. 이 성향 때문에 사람들은 군중을 따른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라도, 모두가 현명하다 믿었던 대로 행동했기 때문에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나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긍정적인 것은 아이작 뉴턴과 달리 오늘날의 투자자에겐 이런 자기 파괴적 편향에서 벗어날 방법이 무수히 많다는 점이다. 저축 장려를 위한 확정기여형 기업연금 401(k) 제도와 개인퇴직계좌 IRA도 있고, 비합리적 의사 결정을 바로잡아 줄 재무설계사도 있다. 다음 장에 이어 지는 기사에는 장기 시장 트렌드 분석, 유망 종목, 최고 투자자들의 통찰, 은퇴지 선정 팁까지 담겨 있다. 모두 독자 여러분의 은퇴 후 인생 여정에 보탬이 될 귀중한 정보다. 하지만 이 귀중한 정보가 제 값을 하려면, 우선 여러 분이 기본 원리부터 마스터해야 한다.

자신의 투자 경험을 떠올리며 뉴턴은 회한에 젖어 이렇게 말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가 없다." 오늘날 우리는 그가 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은퇴생활을 위협하는 큰 실수가 무엇인지 알고, 그 실수가 무엇 때문에 생기는지,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 미적분학을 발명할 수는 없겠지만, 몇 가지 중요한 일만 제대로 한다면 여러분도 은퇴의 천재가 될 수 있다.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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