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한민국 굿 브랜드를 찾아라


21세기형 좋은 브랜드는 무엇일까? 품질좋은 제품을 만들어 많이 팔면 그만일까? 이젠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좋은 기업으로서, 좋은 브랜드로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사회적 책임 활동에도 정성을 쏟아야 한다. 포춘코리아가 국내 최초로 기존의 히트 브랜드를 뛰어넘는 착한 브랜드(Good Brand)를 선정했다. 이권진 기자 goenergy@hk.co.kr

新소비문화 주도하는
13개 분야 착한 브랜드는…


포춘코리아가 WK마케팅그룹(대표 김왕기)과 공동으로 선정한 '굿 브랜드' 리스트에선 최종 13개 브랜드가 영광의 월계관을 썼다. 13개 산업 부문에서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여 1위에 오른 착한 브랜드들이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브랜드들의 범람 속에서 소비자와 끈끈한 공감대를 이끌어낸 이들 굿 브랜드들의 저력은 무엇일까.

굿 브랜드는 한국의 소비시장에서 새롭게 대두된 화두다. ‘굿’ 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 그대로 좋은 브랜드 혹은 착한 브랜드로 해석할 수 있다. 예전엔 히트 상품이나 히트 브랜드 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였다. 더 많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상품 을 팔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주요 언론매체들도 연초가 되면 앞다퉈 지난해 가장 잘 팔린 10대 히트 브랜드를 선정하기에 골몰했다. 매출과 이익 증대라는 기업 생리만 놓고 보면, 히트 브랜드의 창출은 기업이 효과적으로 소비자를 열광시킬 수 있 는 통로였다. 하지만 히트 브랜드는 소비자의 뇌리 속에 각인되 어 구매의사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소비자와의 연대감과 공감 대를 지속적으로 형성시켜 주진 못한다. 점점 더 고도화되는 시장 환경에서 제품의 질 이상으로 소비자를 감동시키지 못하면 히트 브랜드의 생명도 단기간에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굿 브랜드는 히트 브랜드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적인 개 념이다. 굿 브랜드 제품은 기본적으로 좋은 품질과 고객만족을 추구한다는 점에선 히트 브랜드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 이외의 다른 평가 요소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굿 브랜드 는 사회공헌, 환경친화, 신뢰성 측면에서 남다른 강점을 보이고 있 다. 무엇보다 굿 브랜드가 히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궁극적인 강 점은 시장에서 히트 브랜드로 성공을 거두고 난 뒤에 착한 마케팅 을 펼치는 게 아니라, 브랜드가 생겨날 때부터 선도적인 선행 활동 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판매하는 공정무역 음 료 브랜드 ‘히말라야의 선물’이나 버려진 화물트럭 덮개와 안전벨트 를 재활용해 제품을 만든는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 FREITAG’이 수익 을 좇기보다 굿 브랜드를 지향하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 소비문화의 변화도 굿 브랜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개인소득 2만 달러에 진입한 한국사회는 이 른바 ‘가치 소비(Value Consuming)’라는 선진화된 소비문화로 진일 보하고 있다. 가치 소비는 단순히 개인의 만족을 위해 좋은 품 질의 브랜드를 소비하기보단 사회와 환경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활동을 일컫는다. 이러한 가치 소비가 시 장에서 점점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앞으로 굿 브랜 드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굿 브랜드를 발굴해내는 작업은 기업의 새로운 브랜드 마케 팅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우리 기업의 면면을 보더라도 진정한 국내 굿 브랜드의 탄생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세계적으론 이미 굿 브랜드가 파워 브랜드 가 되는 시대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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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종합점수 전체 1위

올해 13개 산업부문별 1위에 오른 굿 브랜드는 모두 13개다. 현대카드(신용 카드), e-편한세상(아파트), K5(자동차), 휘센(생활가전), VIPS(패밀리레스 토랑), 휠라코리아(스포츠 의류), 더페이스샵(화장품), CJ CGV(멀티 플렉 스), SKT(통신사), 다시다(조미료), 이마트(대형마트), 서울우유(우유), 풀 무원(종합식품) 등이 굿 브랜드로 이름을 빛냈다. (기반항목과 중심항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어떻게 뽑았나’ 참조)

풀무원(종합식품 부문)은 종합점수 89.4점을 기록해 전체 조사대상 144개 브랜드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히트 브랜드와 차별화 되는 굿 브랜드의 평가 요소인 환경친화(14.1점), 사회공헌(9점), 신뢰 성(11.6점)에서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 밖에 화장품 부문 1위인 더페이 스샵은 중심항목에서 14점을 얻으면서 144개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점 수를 달성했다. 더페이스샵은 기반항목에선 71점을 받아 동종 부문 2, 3 위인 샤넬(74.7점)과 SKII(73.3점)에 뒤처졌지만, 사회적 실천 활동 여 부를 묻는 중심항목에서 샤넬(7.4점)과 SKII(7.8점)에 크게 앞섰다. 더 페이스샵이 실질적인 굿 브랜드 활동에선 경쟁 브랜드보다 긍정적인 평 가를 더 받았다는 얘기다. 우유 부문에선 서울우유(83.8점)와 남양우 유(76.5점)의 격차가 7.3점을 보여 13개 산업부문 가운데 1-2위 간 격차 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뽑았나?"

대한민국 굿 브랜드 선정은 새로운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을 해야 하는 고단한 작업이었다. 일반 소비자와 기업 관계자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굿 브랜드의 개념을 정의하 고,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굿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를 전파하는 선도적인 작업인 만큼 조사방법론에 최대한 심혈을 기울였다. 조사 방법의 타당성 을 높이기 위해 기업과 브랜드 관련 전문가 집단과 폭넓은 논의와 연구를 거듭해 굿 브랜드 선정의 과학적 기준이 되는 ‘굿 브랜드 인덱스(GBI: Good Brand Index) ’를 개발했다

산업별 후보대상 브랜드를 선별하는 작업에도 고심 을 했다. WK마케팅그룹이 그동안 기업 현장에서 쌓아 온 브랜드 컨설팅 노하우를 기반으로 200개 산업부문 을 1차로 선정했다. 하지만 올해 처음 시도하는 작업인 만큼 전 산업부문을 모두 조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우선 200개 산업부문 가운데 소비자 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빈번하게 접촉하고, 이전에 브 랜드 관련 설문조사에서 소비자의 반응과 응답률이 유 독 높았던 산업부문을 최종 조사대상으로 결정했다.

최종 조사대상에는 자동차, 아파트, 생활가전, 신 용카드, 스포츠 의류 등 총 13개 산업부문이 포함됐다. 그리고 엄선된 13개 산업부문에 속한 개별 브랜드를 뽑아내는 작업을 다시 했다. 조사대상 산업부문 가운데 이동통신처럼 개별 브랜드가 SKT, KT, LG U 단 3개 에 불과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산업부문에선 최소 10개 이상의 개별 브랜드를 선정해 후보대상의 다양성을 추구했다. 이에 따라 13개 산업부문에 속한 개별 브랜드 144개가 굿 브랜드 선정 최종 후보로 선택 됐다.

포춘코리아와 WK마케팅그룹은 이들 144개 후보 를 대상으로 품질, 고객만족, 신뢰성, 선도성, 사회공 헌, 환경친화 등 GBI의 6가지 세부 항목을 조사했다.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 계층인 20~49세 일반인 남녀 1,200명에게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해 브랜드별로 점수를 매겼다. (마크로밀코리아가 진행한 이 설문조사 는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5일간 실시됐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plusmn;2.8%)

세부적으론 GBI의 세부 조사항목을 기본항목(Basic Value) 과 중심항목(Additional Value) 두 가지로 나눠 진행 했다. 총 100점 만점인 기본항목은 품질과 고객만족, 신뢰성, 선도성, 사회공헌, 환경친화 등 굿 브랜드가 되 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필수요소 6가지를 평가했 다.아울러 전문가집단의 의견을 종합해 품질(27%)과 환경친화(19%), 고객만족(18%), 신뢰성(14%), 사회 공헌(13%), 선도성(9%)에 각각 가중치를 부여했다. 중심항목에서는 6가지 기본항목에 대한 구체적이 고 실천적인 활동을 했는지를 가늠했다. 긍정적인 활동 에 대해선 가점을 주고, 반대의 경우엔 감점을 부여하 는 방식으로 -20점부터 38점까지 배점을 했다. ‘ooo 브랜드가 제품 및 서비스 관련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 등이 부정적인 실천활동을 측정한 대표적인 사례다.

설문조사의 세부 문항은 인적사항을 체크하는 문항 을 제외하면 기본항목을 묻는 6개 문항과 중심항목을 묻는 46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총 1,200명인 설문조 사 대상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5개 주요 도시 에 거주하는 활동적인 소비자들이었다. 이 가운데 일반 사무직이 42.6%로 가장 많았고, 주부(16.5%)와 대학 생(13.4%)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설문조사 대상자 중 약 40%는 월 평균 가구소득이 400만 원 이상으로, 지 난해 전국 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인 341만 원을 상회했다.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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