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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 탈출 프로젝트] 이제 나도 가수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 TV 채널을 돌리다보면 세상은 온통 노래 잘 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이 꼬픈남, 꼬픈녀의 칭호를 얻고 있다.

반대로 음치와 박치들은 하루하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세상의 음치들이여. 루저의 탈을 벗고 훈남, 훈녀로 거듭나보자.
박소란 기자 psr@sed.co.kr


음치는 사전적으로 음에 대한 감각이 둔하고 박자나 음 정, 리듬을 분별하지 못하는 증상 혹은 그런 증상을 보이 는 사람을 뜻한다. 그렇다면 음치는 도대체 왜 생겨나는 것 일까. 목소리전문병원 예송이비인후과 김현수 원장에 따르면 음치의 원인은 신체적, 정신적, 환경적 문제 등 매우 다양하 다고 한다.

그러니 자신이 음치라고 판단된다면 무작정 비 탄에 빠져있지 말고 병원, 노래교실, 음치클리닉 등을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김 원장은 "발성 검사를 통해 현 상태를 진단하고 문제 가 되는 부분을 교정한다면 음치도 충분히 원하는 노래 소 리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주범은 발성기관?!

노래를 부를 때는 다음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먼저 부르고자 하는 원곡의 소리를 잘 듣는다. 그러면 그 소 리가 뇌에 저장된다. 이후 노래를 불러야 할 때가 오면 뇌는 발성기관에 명령을 내려 저장돼 있는 원곡의 소리를 재현하도록 한다.

이렇게 발성기관이 낸 소리는 다시 귀를 통해 뇌 에 전달돼 원곡과의 정확도가 판별된다. 음치의 대다수는 소리를 듣고 뇌에 저장하는 과정 보다 그것을 발성기관으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겪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처럼 재현 능력이 평범한 사람보다 뒤처지는 이유는 크게 해부학 적 질환 및 장애가 있거나 발성법 자체가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 질환으로는 성대 결절, 성대 낭종, 성대 폴립 등이 꼽힌다.

만일 특별한 질환이 없고 성대의 모양도 정상이라면 발성기관을 관장하는 뇌 기저핵이 성대근육을 제대로 제 어하지 못하는 연축성 발성장애나 외부 스트레스로 인해 성대의 근육운동 통제력이 상실된 근긴장성 발성장애 등 을 의심해 볼 수도 있다.

목소리 성형 시대
목소리도 얼굴처럼 성형한다?!

주걱턱, 들창코 등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좀더 예쁘게 성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혹시 목소리 성형도 가능할까. 의학적 관점에서만 보면 목소리의 성형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글자 그대로 목소리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지 노래 실력을 키워줄 수 있다는 뜻은 아닌 만큼 수술을 통해 음치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은 일찍 접는 편이 좋다.

다시 말해 목소리 성형은 쌍꺼풀 수술처럼 현재 보다 나은 상태로 목소리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게 아니다. 본인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 가령 남성처럼 굵은 목소리를 가진 여성의 목소리를 여성적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수술은 성대의 길이와 긴장도를 조절, 발성의 음역대를 높이거나 낮추는 형태로 진행된다. 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들이 목소리 성형의 대상이 된다.



음치가 발성하는 법

노래 소리는 후두, 인두, 폐, 구강, 턱, 흉근, 복근의 복잡다 단한 상호작용을 거쳐 나오는 산물이다. 특히 후두는 소리 의 높낮이와 크기, 음색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며 후 두 중에서도 성대는 음성을 만들어내는 핵심 중의 핵심이 라 할 수 있다.

성대에서 생성된 소리는 목, 입, 코 등을 통과하며 공명하 고 변화를 일으켜 개개인마다의 특징적 음성으로 탄생한다.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서는 한 쌍의 부드러운 점막과 근육으로 이뤄진 성대가 서로 잘 접촉하여 균일한 진동이 일어나야 한다.

여기서 성대가 긴장하는 등 어떤 이 유로든 움직임이 원활치 못하면 진동에 이 상이 발생, 자연스럽게 음치라는 주홍 글씨를 새겨야 한다. 또한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은 고음에 강하다는 의미와도 직결된다.


김 원장의 설명으로는 높고 강한 음을 내려면 후 두의 윤상갑상근을 수축시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음치들은 혀, 목, 턱밑 근육을 쓰는 경우가 많다. 혀 뒤를 누르거나 턱 밑에 힘을 줘 성대를 긴장시키는 것이다. 이때는 당초 의도와 달리 성대의 자유로운 진동이 방해를 받아 좋은 소리가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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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목을 조임으로써 공명감이 좋지 못할뿐더러 가사 전달력도 떨어 진다. 우리가 흔히 '쌩목'으로 노래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바 로 이 같은 상황을 말한다. 이는 후두 내 근육 훈련이 잘못 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밝혔듯 질병이 원인일 수도 있고 단순히 자세나 심리적 불안 정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MPES로 과학적·객관적 진단

그렇다면 이처럼 불분명한 음치의 원인은 어떻게 찾 아낼 수 있을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병원의 의 사들조차 객관적 진단이나 평가방법이 없었다. 그 저 일반적 의료장비를 이용해 성대의 모습과 움직임 을 관찰하고 문진에 근거해 의사들이 경험적·주관 적으로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이를 과학적으 로 진단할 수 있는 장비가 개발 돼 음치 치료에 새로운 장이 열 렸다.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부설 공연예술의학음성연구소에 서 개발한 발성역학적다차원측정 기(MPES)가 그 주인공.

세계 최초의 발성장애 전문 분석·진단 장비인 MPES는 뇌파 검사의 원리를 음성검 사에 접목, 발성패턴의 이 상과 기능적 장애를 객 관적으로 정량화 시켜 준다. 성대를 움직여 목 소리를 내는 데 동원되는 후 두 주변의 근육 50여개를 포함해 약 400개의 인체 근육 움직임을 다차원으로 분석하여 발성과의 역학적 관계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턱밑, 상후 두, 하후두, 목 뒤쪽, 갑상설골(방패목), 흉 쇄골 등의 근육 움직임과 음성 신호, 심전도, 근전도 활동이 주 탐지 대상이다. 김 원장은 "노래나 발성을 할 때 불필요한 근육을 사용 하는지, 근육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지 여부를 보게 된다" 며 "이것으로 음역대 변화, 음정 불안, 고음과 저음을 지속 할 때의 장애를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치의 옷을 벗고

음치 교정의 핵심은 발성장애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을 제거 하는 한편 후두 내 근육을 이용해 편안하게 노래하도록 발 성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특히 후두 내 근육의 훈련이 관 건인데 이는 성대 진동, 공명, 발음 등 3가지 발성요소를 모 두 증진시키면서 맑고 조화로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이밖에 호흡이나 자세 등의 교정을 수행하기도 한다. 김 원장은 "노래를 할 때 공기를 효율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선 복식호흡과 흉식호흡을 병행하는 게 이상적"이라며 "턱 을 살짝 들고 가슴과 허리를 펴서 전체적으로 상체를 이 완시키는 것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기본 자세"라고 말했다. 성대 보호 차원에서 목소리의 관리도 중요하 다.

그 첫 단계는 좋은 컨디션의 유지로서 여기에 는 섭취하는 음식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술이 나 담배는 물론 약물도 목 상태를 해칠 수 있다. 실제로 콧물과 재채기를 멈춰주는 감기약의 항히스타민 성분은 성 대를 건조하게 만들며 커피의 카페인 역시 이뇨작용을 활성 화시켜 체내 수분의 배출을 종용한다.

성대가 충분한 수분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성대는 소리를 내기 위해 평균적으로 1초당 100~130회(남 성), 200~250회(여성) 가량 진동하며 이때 수분은 성대의 점막에서 진동을 돕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윤활유가 부 족하면 성대 사이에 무리한 마찰이 발생, 각종 성대 질환 을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히 자신에게 맞는 음역 대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고음의 노래를 무리하 게 시도하면 주변 사람의 괴로움은 차치하고라 도 자칫 성대 손상이라는 불청객의 방문을 받게 된다.

음치의 유전학적 고찰
아빠가 음치면 나도 음치?

부모가 음치면 자녀들도 음치일까. 올해 초 영국 런던 소재 세인트토머스병원의 쌍둥이연구소에서는 음악적 재능이 유전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여성 쌍둥이 568쌍을 대상으로 음률 반응을 비교분석한 결과, 음치의 80%는 교육이나 환경적 요인이 아닌 유전자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 유전자가 음률 인식 수준을 결정하는 뇌의 부위를 조종하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었다.

쉽게 말해 부모의 음악적 재능이 속된 말로 젬병이라면 그 자녀들의 뇌는 박자, 음정, 리듬 등을 인식하는 능력 자체가 남들보다 떨어져 본인이 잘못된 음을 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예송이비인후과 김현수 원장은 이 연구결과에 반론을 제기한다.

이 같은 형태의 음치 사례는 매우 드물어 음치를 유전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어폐가 있다고 말한다. 김 원장에 따르면 뛰어난 가창력의 가수일 경우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조건들을 천부적으로 타고날 수는 있다. 일례로 후두 내 윤성갑상근, 갑상피현근이나 성대를 진동시키는 점막이 일반인 평균보다 월등히 튼튼할 수 있다.

하지만 음치는 다르다. 음정, 박자, 리듬이 최소한의 수준만 유지되면 음치라고 할 수 없으므로 타고난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음감과 발성법을 터득했다면 음치가 될 수는 없어요. 어렸을 때 악기를 배우며 음감을 익히거나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발성법을 바로 잡으면 심각한 음치도 고칠 수 있죠. 그런 만큼 음치는 유전보다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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