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위기관리 10계명lt;brgt;전성철 외 지음/ 웅진윙스/ 1만5,000원
사람이 그렇듯 기업도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겪 는다. 개중엔 몇 백 년 동안 건재한 기업도 있 으니 마음 같아선 모든 기업이 100년, 200년 후에도 승승장구하길 바라겠지만 현실은 영 싸늘하다. 포춘이 선정하는 500대 기업에서도 3분의 1이 바뀌는 데 불과 5년이 걸리지 않는다니 말이다.
기업에게 '쇠(衰)' 는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 우선 떠오르는 게 시장 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경영판단을 잘못해 서서히 매출이 줄어드는 '고사 (枯死)' 의 형태다. 사람으로 치면 자연사라 하겠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기업들이 수 시로 '급사(急死)' 하곤 한다. 예기치 않은 사고사에 비유할 수 있겠는데, 종종 '한 방' 에 가는 사람과 달리 기업들은 보통 수일에 서 수개월에 걸쳐 죽음을 맞이한다.
실제 예를 들어 보자. 1998년 우림농산은 몸에 해로운 포르말린을 골뱅이 통조림의 방 부제로 넣었다는 혐의로 회사 관계자 몇 명 이 구속됐다. 4년의 법정 공방 끝에 우림농산 은 결국 무죄를 받았지만 날벼락 같은 사고 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도산하고 말았다.
2004년의 '쓰레기 만두' 파동은 당시 업 계 1위였던 도투락만두를 파산시켰다. 경찰 이 만두 공장에서 비위생적인 단무지 제조 과정을 촬영해 공개한 여파였다. 이후 경찰 사진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 대부분 기업 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1위 기업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못된 사람에게만 날벼락이 덮치지 않듯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말하는 '위기' 란 바로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회사의 존재까지 위협하는 비상사태다. 준비된 기업은 이를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역이용하지만 허둥 지둥하는 순간, 탄탄대로를 걷던 기업마저 일순간에 무너진다는 게 저자 들의 메시지다. 어떤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꼭 경영자가 아니 라도 한번쯤 새겨둘 만하다.
이번엔 반대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모범사례를 보자. 진통제 '타이레 놀' 로 유명한 미국 회사 존슨앤존슨은 1982년 기업 존폐의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정신병자가 시카고 인근 마을에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 입, 이를 모르고 복용한 소비자 7명이 사망해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존슨앤존슨의 대응은 기민하고도 탁월했다. 즉각 CEO가 나서 "미 전역 의 타이레놀을 수거하고 범인이 잡힐 때까지 판매를 중단하겠다" 고 선언 했다. 며칠 후 범인이 잡혔지만 존슨앤존슨은 오히려 "재발을 막을 새 포 장방법을 개발할 때까지 제품을 다시 내놓지 않겠다" 고 밝혔다. 몇 달 후 3중 포장으로 무장한 타이레놀이 다시 시장에 나오자 소비자들은 존슨앤 존슨을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신뢰의 회사' 로 다시 보게 됐고 이후 기업가 치는 급상승했다.
비슷한 사례는 국내에도 있다. 만두 파동 당시 취영루는 업계에서도 작은 회사에 지나 지 않았다. 하지만 대응이 달랐다. 사고 직후 신문광고를 통해 '취영루 만두에서 무나 단 무지 성분이 나오면 즉각 회사 문을 닫겠다' 고 오히려 맞불작전을 폈다. 생산공정을 인터 넷으로 완전 공개했고, 소비자 공장견학 프 로그램도 만들었다. 이런 자신감은 단무지를 사용하지 않던 다른 업체까지 제치고 소비자 들에게 '취영루만은 믿을 만하다' 는 인식을 심었고 결국 기업 이미지는 대폭 상승했다.
GS칼텍스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이를 이 익으로 돌린 경우다. 2008년 고객 1,1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터지자, GS칼텍스는 언론에 모든 사고 관련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며 고객센터를 풀 가동시 켰다. 경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했고, 범인이 가려지자 강력한 보안강화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사고 후 GS칼텍스는 여론으로부터 '좋은 기업이지만 운이 없었다' 는 이미지를 얻으면서 실적 과 주가에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유도할 수 있었다.
저자들은 이처럼 갖가지 사례를 통해 기업에게 위기는 '당하는 것' 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 이라고 강조한다. 위기 관리의 성공 여부는 그래서 단순히 살아남는 데 그치지 않고 위기를 통해 얼마나 기업 이미지를 변화 시켰는가로 판가름난다. 우리 기업이 정말 잘못을 저질렀느냐와 진실이 결국 밝혀지느냐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더욱 중요한 건 위기에 훌륭 히 대처함으로써 대중과 소비자들로부터 이전과는 다른, 더 나은 이미지 를 얻었는가 하는 점이다.
책에는 위기 관리에 각각 성공하고 실패한 두 기업의 가상사례가 나온다. 치킨제조업체 영 킨은 유전자조작사료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우연히 관련 보도에서 대표 사례로 지목된다. 처음 엔 업체명이 표시되지도 않았지만 성난 소비자와 네티즌들은 방송화면에 등장한 영킨 공장을 찾아내 부도덕한 업체로 몰아붙였다. 난데없는 사고가 닥친 셈인데, 영킨의 대응은 형편없었 다. '누가 방송 촬영을 허락해 줬냐' 며 임직원들 사이에 책임만 따지는 사이, 이미 회사 이미지 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추락했고 결국 매출 급감으로 문을 닫고 만다.
성공 사례로 등장하는 음료회사 아리수는 영킨과 정반대로 대응했다. 어느 날 주력제품 녹 차를 마신 소비자가 중태에 빠진다. 녹차에선 독성물질인 비소가 검출된다. 비소가 어디서 어 떻게 들어갔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 하지만 아리수 임원진은 당황하지 않고 우선 소비자들에 게 사과와 유감을 표한 뒤, 원인규명과 사태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한다. 피해자에겐 최대한의 보상을 약속하고 관련 제품을 판매 중단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했다. 우여곡절 끝 에 앙심을 품은 내부 해고자의 소행으로 밝혀졌지만 더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아리수를 '믿 을 수 있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기업' 으로 다시 인식하게 됐다는 점이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들이 말하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우선 어느 기업이나 예기치 않은 사고 를 당할 수 있다는 것. 한 기업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 그 과정은 마치 재판과 같아서 중 간 과정에서 각종 갑론을 박이 난무하지만 결국 한 쪽으로 결론이 쏠리게 되는 데 이 결론이 잘 형성되도 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응을 잘 하면 '원 래 좋은 기업이지만 이번에 는 운이 없었다' 는 동정 여 론이 형성돼 기사회생 또는 전화위복이 가능하지만, 잘 못하는 순간 '나쁜 기업' 으 로 찍혀 돌이킬 수 없는 타 격을 입는다는 결론이다.
저자들은 이를 위해 '위 기관리 10계명' 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위기든 곧 재판의 과정과 같다. 눈앞의 이익보다 상대 방이 결국 자신을 어떻게 판단할지를 고려하라 ■초기 대응이 절대적이다. 당황하지 말고 첫 24시간에 최대한 집중하라 ■위기관리팀을 미리 구성해 두라 ■내부 직원이 칼이자 방패다. 최대한 배려하고 활용하라 ■외부에 기업의 정당성을 알릴 정교한 논리의 '스토리' 를 준비하라 ■위기 관리는 곧 커뮤니케이션이다 ■언론을 피하지 말고 그 속성을 최대한 활용하라 ■거짓 말은 절대, 절대 하지 마라. 들통 나는 순간 끝이다 ■고위 임원 형사처벌을 최대한 막아라 ■끝맺음도 중요하다. 마지막 마무리도 적극적으로 하라.
귀하가 운영하는 회사는 나쁜 기업인가, 운이 없었던 좋은 기업인가. 어떻게 포장하고 대응 하냐에 따라 현실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저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위기관리 10계명1 눈앞의 이익보다 상대방의 판단을 먼저 고려하라.2 초기 대응이 절대적이다.3 위기관리팀을 미리 구성해 둬라.4 내부 직원이 칼이자 방패다.5 외부에 기업의 정당성을 알릴 스토리를 준비하라.6 위기 관리는 곧 커뮤니케이션이다.7 언론을 피하지 말고 그 속성을 최대한 활용하라.8 거짓말을 절대 하지 마라.9 고위 임원 형사처벌을 최대한 막아라.10 마지막 마무리를 적극적으로 하라.공정사회란 무엇인가피터 코닝 지음/ 박병화 옮김/ 에코리브르/ 2만3,000원
미국의 생물학자 겸 복잡계 Complex System 과학자가 진화생물학, 인류학 이론 등을 바탕으로 '공정한 사회' 를 논한다. 저자는 "불공정한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모두 낡은 이데올로기 박물관으로 넘기고 그 자리를 공정한 사회로 대체할 것" 을 제안하며 "공정한 사회는 오늘에 와서야 현대 과학이 그 진가를 입증한 오래된 진리" 라고 강조한다. '생물사회적 계약' 을 통해 공정 사회를 성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서드스크린척 마틴 지음/ 장세현 옮김/ 비즈니스북스/ 1만6,500원
스마트폰이 일으킨 모바일 혁명을 분석하고 대처 방안을 모색한다. 웹 혁명을 정확히 예견했던 비즈니스 전략가인 저자는 모바일 빅뱅을 TVㆍ컴퓨터에 이은 서드 스크린 Third screen 혁명으로 명명하고 "세 번째 스크린인 스마트폰은 소비자 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업그레이드했다" 고 평가한다. 모바일 혁명의 기술ㆍ비즈니스적 측면을 분석하고 최신 사례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기회도 알려준다.
필립 코틀러 전략 3.0필립 코틀러 외 지음/ 방영호 옮김/ 청림출판/ 1만3,000원
세계적 경영 구루인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의 저서 50여 권 가운데 경영과 마케팅 전략의 핵심을 뽑아 한 권에 담았다. 그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현재에는 어떤 상황에서나 적용 가능한 최적의 전략은 없다며 시장 변화에 대응한 전략적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와 프로세스를 제시한다. 전략의 본질, SWOT 분석, BCG 매트릭스, 핵심 역량 접근법 등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김용식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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