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어떻게 감성지능을 높이는가?

고현숙의 ‘리더십 코칭’

리더는 부하 직원의 마음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감성지능’이 중요해진다.
글 고현숙 국민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helenko@kookmin.ac.kr)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지위가 높을수록 나이가 들수록 상대가 느낄 감정에 둔감해지기 쉽다. 자신에게 늘 아랫사람들이 감정을 누르고, 예의 바르게 겸손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설령 힘들다는 말을 하더라도 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아니, 자기가 잘못한 게 분명해서 화를 냈을 뿐인데, 뭘 상처 받았다는 거야? 얼른 반성하고 잘하면 되지!” 이들에게 어쩌다 부하직원이나 자녀, 배우자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전달하면, 그렇게 여리고 쉽게 상처받아서야 어떻게 험한 세상을 살아가겠냐고 한탄한다.

왜 이렇게 둔감할까? 한마디로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감성지능은 사람이 얼마나 감성적인가를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게 조절하여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감상적이고 센티멘탈한 사람도 감성지능이 떨어질 수가 있고, 냉철한 사람이 감성지능이 높을 수 있다.

한번은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다는 분을 만났다. 코치로서 나는 그분에게, 사람들을 만날 때 표정을 주의 깊게 보면서 그 사람의 감정을 헤아려보도록 요청했다. 얼마 뒤 만났더니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깨달음이 있었어요. 내가 사람들 얼굴을 보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람을 안 보고 어떻게 대화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서류나 발표자료를 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업무 협의를 할 때, 회의를 할 때도 그 앞에 놓인 아젠다를 볼 뿐, 정작 그걸 가져온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거다.

리더에게 감성지능이 필요한 이유

매우 똑똑하지만 경청과 공감능력이 부족한 리더의 문제는 무엇인가? 부하직원들이 다른 견해를 그 앞에서 말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리더의 눈치를 보고 리더의 생각대로만 움직이려 한다. 괜히 맞지 않은 생각을 피력했다가 깨지는 것보다는 그게 안전하기 때문이다. 절대 먼저 가서 의논하지 않는다. 보고도 꼭 해야 할 때만 한다. 심지어 좋지 않은 소식을 숨기고 있다가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보고를 해서 상사를 당황시키기도 한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그들은 똑똑하기만 한 상사 앞에서 토론하기를 주저하며, 나쁜 소식은 전하려고 하지 않는다. 직원들을 인터뷰해보면 상사가 아주 똑똑하다고 인정하지만 그를 위해서 충성을 바칠 마음은 별로 없다. 마음을 사지 못한 결과다. 어떤 날카로운 젊은 직원은 “가끔 상사가 열을 내면서 말하는 이유가 논리적으로 우리를 제압하여 똑똑함을 과시하기 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는 말을 했다.

정서지능이 높다는 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의 유약한 리더십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고, 일에 대한 성취 동기가 높으며, 목적을 위해 자신의 충동을 조절할 수 있고, 타인이 느낄 감정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할 줄 알며, 사람들과 관계를 잘 형성하고 설득력이 높은 것을 말한다.

감성지능이 높은 리더는 어떻게 비칠까? 솔직하고 자신을 낮추는 유머감각이 있다.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자신의 불안함을 투사해서 가혹하게 굴거나 남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직원들이 불안할 것을 고려해 성숙하게 대응한다. 직원들의 감정을 존중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당연히 좋은 직원들을 보유하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친다.

감성지능의 다섯 가지 요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감성지능에 관한 논문 ‘What makes a leader?’를 썼던 다니엘 골만은 감성지능에 다섯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자기 인식, 자기 규율, 동기부여, 공감, 사회적 기술이다.

자기 인식이란 자신의 감정과 욕구, 가치관, 타인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비판적이지도 않고, 비현실적인 낙관도 하지 않는다. 자신과 타인에 대해 솔직하기 때문에 자신을 낮추는 유머감각을 갖고 있다. 자기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쉬울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모범생으로 살아 왔다면 감정을 억누르는 데 익숙해서 자신이 느끼는 게 뭔지를 잘 모른다. 당연히 타인들의 감정도 잘 모르고 공감도 부족하게 된다.

몇 년 전에 처음 집단상담 훈련에 참여했을 때다. 참 흥미로운 방식의 훈련이었다. 특별한 주제도 없고, 매뉴얼도 없고, 진행순서도 없다. 며칠 동안 참가자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게 다다. 밥 먹는 시간 제외하고 3박 4일 동안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이것만 한다. 한 사람이 “아무도 말을 하지 않으니 답답하네요”라고 입을 떼었다. 답답하다는 자기 감정을 말한 것이다. “어색해서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습니다” 라고 누군가 얘기하고, “불편하시군요”라며 그 감정을 누군가 받아준다. 처음엔 나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있었다. 쑥스럽기도 했지만 뭘 말해야 할지 몰랐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해석하고 판단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던 거다. 그 자리를 가장 편하게 받아들였던 사람은 심각하지 않고 유머감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자기규율은 충동적인 기분을 통제하는 걸 말한다. 리더의 욱하는 감정 때문에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3분짜리 모래시계를 선물한다. 행동하기 전에 잠깐 멈추기 위한 자기 규율의 상징으로 쓰라는 의미에서.

감성지능을 어떻게 높일까?

감성지능을 높이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번의 교육으로 감성지능의 중요성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감성지능을 실제로 높이는 것은 의식적인 추구와 끈질긴 연습의 결과로 달성된다.

다니엘 골만은 논문에서, 공감과 경청 능력이 낮았던 한 임원이 어떻게 감성지능을 높이는 노력을 했는지 흥미로운 사례를 들려준다. 그의 코치는 임원에게 그 나라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에서 일주일간 휴가를 보내게 한다. 늘 말을 지배적으로 하던 사람이 언어를 쓸 수 없게 되면서, 타인의 표정과 바디랭귀지에 귀 기울이고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 것이다. 겸손해져서 돌아온 그는 코치에게 일주일에 서너 번 업무 현장에서 자신이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관찰하여 피드백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또한 회의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서 코치와 함께 리뷰를 했다. 이런 작업에는 몇 달이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감성지능은 크게 높아졌고 이는 전반적인 업무 성과에도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감성지능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경력 초반에는 실무역량이 가장 중요하고 이후 경력 중반까지에는 그에 더해 지적 능력, 즉 분석과 문제해결 능력 등이 중요해진다. 그걸 지나 경력의 정점에 달하는 임원이 되면 감성지능이 더 중요해진다. 특히 임원 레벨에서 보통 성과자와 스타급 성과자의 차이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는 감성지능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골만의 주장이다.


고현숙 교수는…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 코치, (사)한국코치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리더십센터 사장, 한국코칭센터 대표 등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전자, 두산중공업 등에서 임원 코칭을 한 바 있다. 저서로 ‘티칭하지 말고 코칭하라’ ‘유쾌하게 자극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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