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석굴암에 대해 "정확한 비율과 다양한 수학적 기법이 적용된 세계적 걸작"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우리 유산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뛰어난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어디 건축물뿐이겠는가. 필자는 20년 넘게 한복을 만들고 연구해오면서 한복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어 감탄하고는 한다. 한복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의 옷을 부르기 위해 편의상 붙이기 시작한 이름으로 일상적으로 입던 '우리 옷'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명절이나 결혼식∙칠순잔치 등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옷 한복에는 한국인의 가치관과 지혜가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한복의 색에 쓰인 오방색을 통해 선조들의 정신을 알 수 있다. 음양오행설로부터 나온 오방색은 남색∙노란색∙빨간색∙흰색∙검정색으로 각각 동쪽∙중앙∙남쪽∙서쪽∙북쪽을 가리킨다. 오방색은 재앙을 막고 악귀를 쫓는 한편 복을 불러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로운 것을 물리치기 위해 간장에 붉은 고추를 띄우고 경사스런 일이 있을 때 붉은 팥으로 떡을 한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 선조들이 아이들에게 오방색을 많이 사용한 색동옷을 입힌 것도 단순히 화려하고 예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던 셈이다. 오방색을 사용한 색동 마고자, 오방장 두루마기, 까치 두루마기 등을 만들어 아이들이 많은 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가난과 질병 때문에 쉽게 죽는 아이들이 많았던 그 시절 돌잔치 때 오방색을 이용한 색동 저고리 등을 입혀 첫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도 했다.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 옷 한복에는 천연염색을 통해 빚어낸 고운 색상만큼 아름다운 정신이 숨어 있다. 한복 고유의 특성을 훼손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두는 것도 전통은 아닐 듯하다. 추석을 맞아 한복의 곡선과 소재, 그리고 그 안의 의미를 통해 알 수 있는 한국적 미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더 많이 사랑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