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초부터 「깜짝 쇼」를 즐겼다. 온 국민을 놀라게 한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금융·부동산 실명제, 정부부처 통합 등 주요정책은 물론이려니와 특히 인사에 관한 깜짝 쇼는 가히 극치였다. 객관적인 검증없이 임명하다 보니 실패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할 수밖에. 임명된후 한달도 채못돼 도중 하차한 장관도 여럿이다.이번에는 박영환 전대통령공보비서관(1급)이 등장한 것이다. 정부투자기관인 근로복지공단 산하 산재의료관리원 이사장에 임명하려다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져 그 전말이 개운치 않다. 낙하산식 인사에 의료원 노조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했다는 뒷얘기다.
박 전비서관을 폄하할 의도는 없으나 그는 지난 3일 의원 면직된 사람이다. 지난달 김대통령의 미국·멕시코 방문 당시 수행단의 일원이었던 그는 뉴욕에서 무단 귀국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국내언론들이 비판적인 보도를 하자 항의 차원에서였다는 것이다. 실로 공직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기행이며 무책임한 행동이다. 당연히 파면감인데도 의원면직으로 끝난 것도 이상했다.
산재의료관리원은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치료 또는 요양시키는 기관이다. 산하에 9개의 병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연간 예산만도 1천2백억원에 달한다. 이사장은 이 기관의 실질적인 운영자다. 지금껏 노동부의 관계 전문가가 이사장에 취임, 운영을 책임져 왔다. 박 전비서관은 적격이 아니다.
지난 1월 탤런트 박규채씨를 영화진흥공사 사장에 임명할 당시의 말썽이 아직도 생생하다. 박씨는 92년 대선때 김대통령 캠프에서 활약했다. 문체부는 박씨를 영진공 사장에 임명하기위해 당시 사장을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보냈다. 공륜 위원장은 임기가 남아 있었으나 영진공에서 밀려오는 바람에 위원장직을 그만둬야했다. 파행도 이만저만한 파행이 아니다.
지금은 정권말이다. 레임덕현상으로 공무원의 복무기강도 날로 해이해 지고있다. 기강확립에 모범적이어야 할 청와대가 이러한 상황이 됐으니 아래서 꿈쩍할리 없다. 특히 박 전비서관은 가신출신이다. 가신출신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문제가 된 인사가 한 두명이 아니다. 장학로 전청와대 제1부속실장, 홍인길 전총무수석이 그렇다. 어제(11일)는 또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게 돈심부름을 해 물의를 일으킨 강상일 청와대인사재무비서관(1급)이 의원면직조치 됐다.
김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그런데 인사가 파행으로 흐르고 있다. 챙겨줄 사람은 많은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바쁠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는 일반회사가 아니다. 공직자가 잘못하면 국가가 위태로워지기때문에 임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