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초노령연금, 취약계층 위주로


많은 논란 끝에 노인빈곤 완화 차원에서 지난 2008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을 개편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는 연금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재구조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70%에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에 해당하는 월 9만1,200원(1인 기준)의 기초노령연금을 세금으로 조성한 예산에서 지급하고 있다. 서둘러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개편방향을 논의하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액이 너무 적어 노인빈곤 완화라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월 9만원을 약간 웃도는 급여로는 가난한 노인의 생계유지에 턱없이 부족하다. 노인인구 늘어 연금고갈 불보듯 하지만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세금으로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정부가 이 같은 입장에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 매달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부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노령연금은 65세만 넘으면 자동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 등에서도 기초노령연금 지급 대상을 65세 이상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고 급여도 2배로 올려 현실화하자는 주장에 상당한 유혹을 느낀다. 그러나 기초노령연금은 후세대에 막대한 부채를 안겨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노인인구는 급증하는 반면 출산율 저하로 노인을 부양할 미래의 경제활동인구는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그럭저럭 재원을 조달할 수도 있지만 노인인구가 급증하는데다 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고 연금액을 2배로 올릴 경우 정부 지출도 급격하게 늘어나 지속가능성이 의심될 정도다. 기초노령연금액이 18만여원으로 오르면 신고소득 99만원인 국민연금 가입자가 10년간 보험료를 내고 받을 수 있는 연금액(월 16만여원)보다 많아 국민연금 가입유인도 약화된다. 오래 전에 기초연금을 도입했던 유럽 국가들의 제도 개편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복지국가의 대명사인 스웨덴∙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앞다퉈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사회∙경제적 상황, 즉 급증하는 고령인구와 경제 저성장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제도 유지가 어려워지자 세금을 걷어 모든 노인의 노후를 보장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있는 것이다. 사태의 본질이 이러하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할 것인가. 해답은 명확해 보인다. 가급적 본인의 노력을 통해 연금을 받도록 유도하되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없는 취약계층에 기초노령연금 혜택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처럼 해법은 명료해 보여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현재 1,900만여명에 달하는 국민연금 가입자 중 500만명 정도가 이런저런 이유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그대로 둘 경우 노후빈곤에 내몰리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소득이 적거나 불규칙적인 경제활동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저소득 자영자와 일용근로자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저소득 노인 중심으로 개편을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미래 세대의 노인부양 부담을 앞선 세대가 적절히 덜어주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취약계층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해 자신의 노력으로 국민연금을 받는 숫자를 늘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급속한 사회발전 과정에서 자신의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현 노인층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하게 제도를 운영하되 장기적으로 저소득 노인 중심으로 기초노령연금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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