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 영 워딩연구소(도전과 창조의 현장)

◎“베스트 카 만든다” 전직원이 하나로/현지연구원만 850여명 달해/「티코」 후속모델 등 개발 주력/동구권 현지공장 기술지도도【웨스트석세스(영국)=정승량】 지난달 말 영국 워딩연구소에서 열린 누비라 신차발표회장을 찾은 한기상 워딩연구소장은 자꾸 먼 하늘을 응시하며 뜻모를 미소를 흘렸다. 자존심 많고 콧대높은 영국 연구원들을 통제하면서 누비라를 만들어내기까지 겪었던 그간의 어려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워딩연구소는 대우가 지난 92년말 GM과 결별 후 인수한 당시 세계적인 자동차 설계 용역회사. 국내기업이 보유한 해외연구소로는 최대규모인 이 연구소의 인력은 당시 1백70명에서 현재 8백50여명으로 늘어났다. 그 워딩연구소가 내놓은 첫 성과물이 바로 누비라며 현재는 티코 후속 M카와 아카디아 후속 A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주 5일 근무에 익숙하고 대영제국의 과거를 회상하는 이들에게 초기에 동양의 작은나라 한국인 경영자의 말이 씨가 먹힐 리 만무했다』며 한소장은 눈시울을 적셨다. 한소장은 부임후 며칠만에 현관을 쓰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며칠 후 영국연구원이 이를 발견, 『이건 소장인 당신이 할일 아니다』고 당황해했다. 『내 대답은 명확했다. 「당신들이 이런일을 해준다면 나는 좀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 한소장은 이후 명확한 경영관과 인사관을 제시하고 신상필벌을 엄격히 했다고 회상한다. 『40∼50여명의 한국인이 8백50여명의 엘리트 영국인을 통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지금 8백50여명이 한몸처럼 움직인다』. 『3년동안 한 일을 어떻게 20∼30분안에 설명할 수 있겠느냐』면서도 한소장의 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더이상 기술을 구걸하지 않겠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지난 93년 GM과 결별하고 이렇게 임직원들에게 다짐했다고 한부사장은 말한다. 일본 도요타, 닛산 등에 기술이전을 요청했으나 구형모델에 한정된 기술이전과 까다로운 조건을 들은 후였다. 대우가 영국 웨스트석세스에 위치한 자동차연구소인 워딩테크니컬센터를 인수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것은 지난 94년 4월. 대우는 영국 워딩과 독일 뮌헨 연구소에 이어 98년 미국에 기술 연구소를 설립, 국내외 5개의 연구소를 끌고간다는 구상이다. 이로써 대우는 ▲고등기술연구원은 선행개발 ▲뮌헨엔진연구소는 파워트레인 개발 ▲미국연구소는 미국형모델 개발 ▲부평기술연구소와 디지인 포럼은 스타일과 최종모델을 선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워딩연구소는 앞으로 추가적인 신차개발은 물론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구권지역 현지공장의 기술지도도 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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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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