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중단에 따른 북한 비판 목소리 잇따라=통일부는 22일 "오늘 오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해 금강산에 머물던 75명의 우리 측 인원이 동해선을 통해 전원 귀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3년 만에 진행될 이산가족 상봉 행사 준비로 분주하던 금강산 내 편의시설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 연기와 관련해 대북 비판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북한은 개성공단을 비롯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안만 유지하려 하고 인도주의 사안에 대해서는 과거로 회귀하려 한다"며 "이런 북한의 반인도주의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이어 "남북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려면 우선 인도주의 차원의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이날 "천륜을 끊는 일은 용서받을 수 없다"며 "이산가족 상봉을 막아 정치적으로 이득 될 게 뭐가 있느냐"면서 북한을 비판했다. 그는 "이산가족 신청자의 43.8%가 이미 작고해 시간이 없다"며 "100명, 200명 찔끔찔끔 허용하면서 그것도 연기해 애간장을 태울 게 아니라 상시적인 간담회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이산가족 종합시스템에 등록된 상봉 신청자 12만9,035명 중 실제 상봉에 성공한 인원은 전체의 1.5%인 1,874명에 불과하다.
청와대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무기한 연기한 것에 대해 크게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이산가족상봉 행사 연기로 이산가족 당사자들만큼이나 상처가 크지는 않겠지만 대통령도 굉장히 아쉬워했다. 조속히 성사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2002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당시 "현재의 속도로는 이산가족들이 평생의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게 된다. 최대한 많이 만나도록 하자"고 강하게 제안할 정도로 이산가족 상봉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3단계 조치로 생사확인, 서신교환, 화상 및 직접 상봉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개성공단 정상화 예정대로 진행=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연기된 것과는 별개로 개성공단 정상화는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개성공단의 생산가동률은 60% 수준으로 추석 연휴가 끝난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근로자 지난주 3만5,000여명이 출근한 데 이어 이번주에는 4만여명이 출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에는 704명의 우리 측 인원이 492대의 차에 나눠 타고 개성공단에 들어간다. 정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 정상화 사안은 서로 다른 문제"라며 "개성공단은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정상화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산가족 상봉 재개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전날 북한의 행동을 "반인륜적 행위"라고 규정 지은 데 이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이날 "책임을 회피하고 우리에 대한 반감과 악의를 선동해 북남관계 개선 흐름을 차단하려는 반민족적 기도"라고 비난하는 등 양측이 날선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최근 한반도 정세가 자신들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것을 보고 우리 측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에 우리 측이 미온적인 것 또한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