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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에 휩싸인 한국IT 새로운 미래를 찾아라] <1> 한국의 SW산업 이렇게 바꾸자

'몸'은 있는데 '영혼'이 없어… 창의적 벤처문화 부활시켜야<br>'온리 하드웨어' 전략이 국내 IT산업 위기 초래<br>국가 차원 프로젝트 추진, SW 10만 대군 양성을<br>중소 개발사 쥐어짜는 대기업 행태도 개선 시급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소프트웨어기업 전성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 중심의 우리 기업 역시 SW 역량강화가 당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관련 응용 SW프로그램을 사고팔수 있도록 만든 온라인쇼핑몰 '삼성앱스'의 게임, e북 등 각종앱으로 이미지화한 것이다. /서울경제 DB



[격랑에 휩싸인 한국IT 새로운 미래를 찾아라] 한국의 SW산업 이렇게 바꾸자 '몸'은 있는데 '영혼'이 없어… 창의적 벤처문화 부활시켜야'온리 하드웨어' 전략이 국내 IT산업 위기 초래국가 차원 프로젝트 추진, SW 10만 대군 양성을중소 개발사 쥐어짜는 대기업 행태도 개선 시급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소프트웨어기업 전성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 중심의 우리 기업 역시 SW 역량강화가 당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관련 응용 SW프로그램을 사고팔수 있도록 만든 온라인쇼핑몰 '삼성앱스'의 게임, e북 등 각종앱으로 이미지화한 것이다. /서울경제 DB 한때 정보기술(IT)의 종주국으로 불리던 한국의 IT산업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애플이라는 IT 생태계의 포식자를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동지인 줄 알았던 구글이 휴대폰사업에 진출하며 삼성전자 등 단말기업체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IT산업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소프트웨어(SW) 강자라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IT산업의 위기는 소프트웨어 경쟁력 빈곤에서 시작됐다. 삼성ㆍLG전자 등 대기업의 하드웨어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소프트웨어를 키우는 데 인색했다. 애플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소프트웨어+하드웨어’라는 ‘스마트 융합’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나갈 때 하드웨어만 만드는 ‘온리(only) 하드웨어’ 전략으로 이 같은 위기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오동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업 간 장벽이 사라지면서 기술융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비슷한 하드웨어 기능임에도 소프트웨어 차이로 제품의 기능과 경쟁력 등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몸은 있는데 영혼이 없다=IT업계에서 하드웨어는 종종 ‘신체’, 소프트웨어는 ‘영혼’에 비유된다. 과거에는 하드웨어의 기술혁신이 IT업계를 이끌어왔다. IBMㆍ인텔 등 공룡 IT기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구글ㆍ페이스북 등 소프트웨어 기술에 기반한 IT업체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아이폰ㆍ맥컴퓨터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지금의 애플을 만든 것은 iOSㆍ앱스토어 등 강력한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경쟁력이다.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프로그램 개발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특허소송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디자인 경쟁력도 소프트웨어 파워에서 시작된다. 현재 한국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 회원국 중 14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 규모는 213억달러로 19개국 중 10위 수준이다.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투자규모는 이보다 나은 7위(8억달러)지만 미국(338억달러), 일본(22억달러), 영국(29억달러)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특히 자본투입 대비 산출 효과를 나타내는 효율성은 63점으로 영국ㆍ일본ㆍ미국보다 26~37점이 낮았다. 지금의 위기는 하드웨어 개발에 치중해왔기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대기업 중심 문화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IT업계의 핵심 성장동력인 초기의 벤처정신을 잃어버림으로써 ‘변화’와 ‘혁신’에서 애플ㆍ구글 등 글로벌 IT 플레이어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애플의 가장 큰 장점은 30년이 넘는 회사가 유지하기 힘든 벤처문화, 말단사원부터 의견개진을 해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문화”라며 “경직된 사고를 가진 국내 대기업은 이런 문화를 제품개발에 응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10만 대군 양성해야=전문가들은 현재 위기상황을 극복하려면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기본 중의 기본’인 ‘사람’에 방점을 찍었다. 김 대표는 “소프트웨어업계에 사람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젊었을 때 바짝 일하는 개발자들이 나중에는 ‘팽’당하는 사회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나 고시공부에 인재가 몰리는 현상도 이 같은 분위기 탓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시장규모를 키우면 인력풀이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중소 개발사를 ‘쥐어짜는’ 데 바빴던 대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한 포털업체 대표는 “국내 게임산업이나 인터넷산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이미 뛰어나다”며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OS)나 플랫폼을 위한 투자는 대형 업체가 나서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IT 대기업이 조그만 개발사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메워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소프트웨어 종사자에게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도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새로운 서비스나 플랫폼 창출, 개발자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동통신업계에서도 대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직접 나서는 분위기다. 양승식 KT 에코노베이션팀장은 “국내 시장이 작은 만큼 개발자들이나 IT 사업모델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것은 대기업뿐”이라며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격랑에 휩싸인 한국IT의 미래는?] 기획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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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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