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극단적 관치인가" "독약처방인가" 거센 논란

[시중銀 가계대출 전격 중단] <BR>은행 "매출 규제 불합리" 주장에 당국선 "어쩔수 없는 조치" 강변<BR>소비자들만 중간서 피해 불보듯

'극단의 관치인가,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독약처방인가.' 시중은행들이 일부 가계대출을 중단한 것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은행들은 '관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지론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당국은 아무리 강조해도 은행들이 듣지 않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취한 행정행위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둘 사이의 줄다리기 속에서 고객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0.6%를 넘지 말라는 방침은 대출총량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출을 규제하고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 과연 합당한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정금리대출 금리가 변동금리대출보다 높기 때문에 아무리 고정금리대출을 종용해도 소비자들이 선택하지를 않는다"며 "대출을 하지 말라는 것은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6년 11월 정부가 발표했던 '11ㆍ15부동산안정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은행들에 대출 자제를 요청했고 당시 신한은행 등이 11월17일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대출총량규제를 통한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지자 시중은행들은 영업일 하루 만인 11월20일 주택담보대출을 재개한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할리우드 액션을 취해 문제를 확대했다"고 날을 세웠고 은행들은 "월권 논란이 일자 당국이 철회한 것"이라고 맞섰다. 금융당국도 당시 사건을 의식한 듯 이번 대출중단 사태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6년 때와 비슷한 '진실게임'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금융위는 이날 해명자료에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에 가계대출 증가율과 관련한 공문을 송부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중단에 개입하지 않았음을 강조한 것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고정금리대출을 확대하라는 것은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으로 은행들에도 요구해왔지만 이를 위해 대출을 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며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가 가져올 부작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공문을 통해 증거를 남기지 않고 구두로만 통보하는 '창구지도'를 이용해 교묘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도를 넘어섰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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