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일자리 걱정 없는 패션 생태계 꿈꿔요"

김방호 오르그닷 대표

친환경 옷 제조 사회적 기업 설립 4년 만에 매출 15억 달성

국내 공장에만 일 맡기고 디자이너-봉제공장 연결

온라인 플랫폼 구축도


"사회적 기업도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공익의 가치가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게을리해선 안 됩니다."

친환경 소재 옷을 만드는 오르그닷(orgdot)의 김방호(36·사진) 대표는 네이버 출신이다. 잘나가는 대기업에 다니다 지난 2007년 자신의 삶을 살겠다며 무작정 회사를 뛰쳐나와 동료·후배들과 함께 2년 만에 패션 관련 사회적 기업을 차렸다. 그리고 설립 4년 만인 지난해 매출 15억원의 벤처로 성장했다. 최근 SK행복나눔재단의 올해 '세상 사회적 기업 콘테스트'에서 수상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친환경 옷을 만들고 패션 종사자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싶다는 뜻을 지지해주는 의미의 상이어서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오르그닷은 유기농 면사 등을 수입, 국내 봉제공장에서 티셔츠, 재킷, 유아·여성복 등을 생산해 유명 온라인몰·편집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즈 유니폼이나 공공기관·대기업에도 친환경 소재 단체복들을 공급하고 있다. 2011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인터넷 포털에서 근무했던 김 대표는 생소한 패션사업에 뛰어들어 말 그대로 '생고생'했다.


"오염을 최소화하고 몸에 좋은 옷을 만들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지요. 친환경 옷 원가가 높은데다 수요도 많지 않아 국내시장은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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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금 부족, 핵심인력 구인난,조직 내 융화 등 모든 중소업체 경영자들이 가지는 고민을 갖고 있다. 그는 "사회적 기업도 기업 생존이 우선"이라며 "비즈니스 경쟁력을 키우고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봉제 일자리를 지키자는 취지에서 국내 공장에만 일감을 맡긴다. 중국·베트남 공장이 제조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국내 봉제공장만을 고집한다. 국내 패션산업은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로 20년 이상의 숙련된 봉제사가 월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고 디자이너들의 구직난도 심각하다.

그는 "국내 봉제근로자들은 비수기를 제외하면 1년에 4~5개월은 일감이 없어 노는 경우가 많다"며 "디자이너·제조업체 등 모든 패션 종사자들이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게 기업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오르그닷은 온라인 플랫폼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www.designersnmakers.com)'를 구축하고 최근 베타버전(시험판)도 내놓았다. 이 온라인 플랫폼은 디자이너가 자신이 원하는 봉제공장을 검색하고 주문·계약·생산 과정을 파악하는 것을 도와준다. 봉제공장에는 적정 수익과 안정적 일감을 주고 디자이너들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의류 생산정보를 제공하는 셈. 온라인 플랫폼이 나오기 전 김 대표는 전화중개서비스로 16명의 디자이너를 봉제공장과 연결해 약 1억원어치의 거래실적을 거뒀다.

김 대표는 "사회 문제를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하려고 사회적 기업의 길을 선택하지만 막상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며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가치를 사업과 적절히 융합해 더 큰 가치를 일궈내는 일은 도전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기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에게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라며 "이 세상이 모두 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다양한 가치들을 향해 나아가길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친환경 의류와 패션 플랫폼 사업을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패션 종사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키우는 게 가장 큰 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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