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총수들 전경련 회장직 잇달아 고사한다는데…

위상 약화? 교황선출식 때문?<br>실익 없고 바쁜 일정도 부담<br>만장일치 추대 관례 불구 일부 반대 우려 쉽게 안나서


재계 총수들이 잇따라 차기(33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달라진 전경련 위상과 기업환경 변화, '교황 뽑기'식 회장 추대 방식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회장직 추대가 오리무중 양상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경련 회장은 '속 빈 강정?'=재계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을 고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쁘기만 했지 실익이 거의 없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실제 전경련 회장은 '재계 수장'이라는 명예 외에는 이렇다 할 실익은 별로 없지만 매우 바쁜 보직이다. 1년에 한 달 이상, 대통령 동행 등 연 10회 내외의 해외 출장을 강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 60여회의 대내외 행사를 주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거대 기업으로 발전하면서 주요 그룹 총수들은 자기 회사 챙기기에도 바쁜 게 사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수들이 왜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전경련 위상이 추락한 것도 회장직을 맡지 않으려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지난 2000년대 들어 민간 부문이 크게 성장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정부의 산업 개입이 제한되면서 전경련의 역할이 규제완화 등 대정부건의 등으로 국한되며 회장직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더해 노무현 정부 시절 손길승 전경련 회장이 구속된 후 재계 총수들이 극도로 신중해지면서 김각중ㆍ강신호 등 중견기업 회장들이 임시방편으로 전경련 회장을 맡는 등 위상 약화가 가속화됐다. 4대 그룹 고위임원은 "과거의 그 전경련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전경련 위상을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상생협력ㆍ물가안정 등 정부의 기업압박 기조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전경련 회장직은 불편할 뿐인 자리가 된 것도 회장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교황선출식 추대=전경련 회장직 추대에는 나이도 작용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계 순위다. 이에 따라 재계 1위인 이건희 회장의 의사가 우선 중요하다. 전경련 회장단이 항상 회장 교체시기마다 이 회장을 추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이 회장이 회장직을 끝내 거부하면 2ㆍ3ㆍ4위 순으로 회장직 수락을 묻는 절차가 진행된다. 동시에 본인이 아니라면 누구를 추천할지, 아니면 반대하는지 의중을 확인한다. 4대그룹 회장 모두의 회장직 거부가 명확해지면 다음은 그 이하 그룹 회장군으로 후보군이 압축된다. 문제는 월등히 규모가 큰 4대그룹과 달리 여타 그룹들의 외형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전통상 공개적으로 섣불리 회장직 희망 의사를 밝혔다가 21명(상근 부회장 제외)의 회장단 중 일부가 반대를 하게 되면 난처한 처지가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2008년 초 3연임을 강력히 원하던 강신호 당시 회장이 이준용 회장 등의 공개 반발로 포기해야 했던 해프닝이 있었다"며 "하고 싶은 분이 있어도 만장일치 추대가 될 때까지 고사하는 모습으로 일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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