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담당 직원 전문성 부족·통계 부재로 결국 국고 손실만

[원자재 비축 주먹구구]<br>전략 가이드라인 부재에 담당직원 전문성도 부족<br>경제적 측면서 목표 설정 효율적 관리시스템 시급

정부의 원자재 비축업무가 담당직원의 전문성 부족, 획일적인 비축기준, 국내 수요에 대한 통계부재 등으로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달청 인천비축기지에서 알루미늄을 옮겨 저장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새해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소 수출업체들은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걱정과 근심이 가득하다. 특히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따른 경영부담을 덜기 위해 조달청의 비축물자를 활용해도 물량을 제때 공급받을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조달청에서 보유한 비축물자의 재고가 부족한데다 비싼 가격에 구매해 손실을 보며 싸게 팔 수 없다는 조달청 내부방침 탓이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조달청의 원자재 비축사업 관리가 주먹구구식이라는 중소 수출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달청의 비축물자 관리체계 위기대응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비축물량의 경우 품목별 공급 및 수요, 가격변동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적정재고량 60일을 맞추는 데 급급하고 비축물자의 구매와 방출도 중장기적 계획 없이 매번 상황에 따른 대처로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적정재고량 60일 기준에 따른 무계획적 대처=일본ㆍ미국의 경우 국내 총수요를 기준으로 적정재고 수준을 설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내 수입 수요의 60일분을 목표로 재고 수준을 잡아 선진국에 비해 적정재고가 상당히 낮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구리와 납ㆍ아연ㆍ망간 등은 연간 국내 수요량에 비해 기준이 되는 수입 수요량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구리(64.9%), 납(59.4%), 아연(60.1%)의 비축률을 보면 법정 비축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조달청이 부족분을 메우지 못하는 것은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가격이 치솟아 비싸게 구매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어 원자재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비축목표가 품목별 공급과 수요를 반영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60%로 정해진 적정재고량 기준을 준수하려는 수동적 태도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비축을 경제적 측면과 전략적 측면에서 목표와 기능을 설정해 비축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급선무"라고 얘기한다. ◇비축ㆍ구매ㆍ방출 계획 등 구체적 가이드라인 없어=조달청의 가장 큰 문제는 비축물량과 구매ㆍ방출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 조달청이 진행한 고철 비축사업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당시 조달청의 간곡한 요청으로 국회 동의를 받아 4월에 추경예산에 고철 비축사업을 반영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변동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100억원에 가까운 국고를 손실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책정된 예산을 적기에 사용하지 못하고 9월께 가격이 대폭 인상된 후 고철을 구매, 손실을 자초한 것이다. 4월 국제 고철 가격이 톤당 36만3,000원이었으나 기회를 놓쳐 9월에 24% 인상된 45만원에 구매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한 비축사업 전략 부재도 문제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알루미늄과 구리 등 주요 품목별 연평균 상승률은 15.4%나 되지만 같은 기간 비축사업 수익률은 평균 7.5%에 불과했다. 이는 구매 가이드라인이 없어 시황 판단에 따라 수익성을 무시하고 구매, 방출하는 주먹구구식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조달청의 한 관계자는 "비축물자의 비축과 구매ㆍ방출을 잘못해 손해를 보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면서 "당시에 고철 가격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더 올라가면서 결국 손해를 봤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축 관련 직원 전문성 부족=비축물자의 구매와 방출 결정에 대해 사실상 2명의 계약담당관이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규모만 47만9,300톤, 1조9,000억원에 달한다. 비축심사협의회가 있어 비축물자에 대한 운영방향을 논의하지만 협의회에는 외부의원이 단 한 명도 없어 조달청 자체 방침에 따라 비축물자가 관리되는 셈이다. 사실상 조달청 원자재 총괄과와 원자재 비축과 두 부서의 정례회의에 의해 비축물자가 관리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비축물자를 관리하는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환율과 금리를 알아야 하는데 이 분야를 잘 모르고 순환보직이어서 자리에 있을 때 문제만 야기하지 말자는 식이다. 비축물자를 관리하는 부서는 10명이 안 되는 인원으로 2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비축물자의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조달청과 지식경제부ㆍ광물자원공사 등 간 유기적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정기적 회의체가 없을 뿐 아니라 원자재가 급등하는 비상상황에만 회의를 하는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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