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2월 29일] 일자리 창출 정책의 허와 실

실직 공포가 온 나라를 엄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실업자 수는 75만명에 불과하나 일할 생각 없이 그냥 쉬는 사람 133만명과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사실상의 실직자 수’는 317만명에 이른다. 앞으로 고용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경우 ‘촛불시위’ 못지않은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발표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등에는 현 정부의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지난 18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직업훈련 강화, 글로벌 청년리더의 해외취업 추진, 청년인턴 채용, 12만5,000개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 의욕적인 실업대책이 담겨 있다. 정책 허술하면 예산만 낭비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이 실질적 고용 수요에 기반한 프로그램의 마련 등 정교한 정책수단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예산 낭비만 초래하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IMF 구제금융 시기에 이미 경험했다. 그리고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초점을 둔 경기 진작 및 일자리를 창출 정책도 상상력 부족한 안일한 접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SOC 부문은 지금도 과투자 논란이 되고 있다. 초ㆍ중등학교의 낙후한 교육시설 개보수 등 각 부문 ‘숙원사업’의 추진도 훌륭한 내수경기 진작 정책이 된다는 관점에서 정부지출 대상 분야를 더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제 활성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고도화된 산업구조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환상일 수도 있다. 생산과정의 자동화, 정보화를 통해 사무직 노동자까지 기계로 대체됨으로써 ‘노동자 없는 세계’가 도래하고 있다는 제레미 리프킨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경제가 1% 성장할 때 고용이 늘어나는 비율을 의미하는 ‘고용탄력성’은 지난해 3ㆍ4분기의 0.249에서 올 3ㆍ4분기 0.153으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제에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 중소기업에의 취업 유인 제공 등 노동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46.7%가 인력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유망한 정보기술(IT) 기업을 운영하는 대학교수 출신의 한 친지는 중소기업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대학 졸업생들이 아예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잘 찾아보면 중소기업에서도 ‘괜찮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내외국 인간의 임금 차이가 크게 줄어든 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 수십만개에도 정부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민간 부문의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고도산업 사회에서는 공공부문이 주요 고용자가 되고 ‘일자리 나누기’의 전범이 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공공기관 인력 1만9,000명의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인력의 구조조정 없는 인건비 10% 감축도 정부정책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실업문제 해결에 중심을 두는 올바른 방향 설정이라고 할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부터 바꿔야 아울러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더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방의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학교당 2명씩 배치했던 월 80만원의 미화원 제도 부활도 ‘괜찮은 일자리’ 창출 아니냐고 반문한다. 내년의 일자리 창출 예산이 4조8,655억원으로 41%나 늘었다. 그러나 직접 고용지원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6,088억원에 불과하다. 실업대란이 심각한 사회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볼 때 정책당국자의 인식이 상대적으로 안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추경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좀 더 적극적인 실업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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