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현실선 백수 신세지만 온라인 영웅으로 사는 탈북자 이야기 그렸죠"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 강희진씨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사람들에 관심이 많아요. 그게 현대문명의 본질인 것 같거든요." 현실에서는 백수지만 온라인세상에서는 영웅으로 추대받는 남자. 그는 남한으로 내려왔지만 북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탈북자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진짜 삶을 살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추리소설 '유령'으로 제7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강희진(48ㆍ사진)씨는 11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각종 문학상에 도전한 지 10년 만에 상을 받게 됐다"며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의 이야기를 2011년 버전으로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나이에 등단한 그는 그동안 방송작가와 논술강사 등으로 생활했다. 원래 영화를 만들고 싶어 써둔 시나리오가 KBS 드라마 극본 공모에 당선돼 방송작가로 활동했고 생계를 잇기 위해 7~8년간 논술강사로도 일했다. "돈을 생각하고 글을 썼다면 방송작가를 계속 했을 거에요. 그런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더라고요. 처음에는 오기로 문학상에 도전했지만 나중에는 습관적으로 소설을 써 10년 만에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당선될 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유령'은 등장인물들이 사회적으로 갖는 함의는 무겁지만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추리소설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빠르게 읽힌다. 그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탈북자들의 수기와 그들의 삶을 분석한 박사논문 등 몇 박스분의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원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탈북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극복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인데 작가들의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나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탈북자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사이버사회'뿐이어서 게임 중독자가 많은 것 같아요." 그가 준비하고 있는 다음 작품 역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동안 써둔 소설 5~6편을 정리해 낼 예정이다. "예전에는 개인적으로 지루한 소설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잘 읽히는 소설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소설가로서의 목표는 그냥 계속 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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