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해양부가 분양가상한제의 탄력 적용 검토에 돌입했다. 민간택지에 대한 상한제 적용에서 택지비를 감정가 대신 장부가에 근접하도록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건설사들이 토지를 비싸게 매입해도 감정가대로만 분양가격을 인정 받아 사업성이 없어 주택 공급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기 때문이라는 게 국토부 측의 설명이다.
결국 분양가격이 조금 오르더라도 주택 공급량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는 것보다 분양가격이 조금 오르는 것이 주택 가격 안정에 효과적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국토부 측은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업체가 무작정 분양가격을 올리겠느냐”며 건설업계의 합리적인 분양가격 책정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분양시장에 쏟아지는 공급 물량을 보면 주택업계의 합리적인 분양가격 책정 능력에 의구심이 앞선다.
최근 분양한 합정동의 ‘서교 자이 웨스트밸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교 자이는 합정 균촉지구 내에 건설되는 주상복합으로 3.3㎡당 분양가격이 2,400만~3,200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가격은 여의도 자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의도 자이는 155㎡형의 시세가 14억~15억원에 형성돼 있는 반면 서교 자이의 경우 163㎡형이 12억~15억원으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여의도 자이가 입주를 마치고 여의도에 위치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합정동 서교 자이는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전체 538가구 모집에 211가구가 순위 내에서 미달되는 등 침체된 분양시장에서 배짱 분양이라는 평가마저 듣고 있다. 이쯤 되면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즐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국토부가 상한제는 물론 집값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일부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한제 탄력 적용은 민간업체의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건설업계가 과연 얼만큼 합리적인 분양가격을 내놓을 지 궁금하다. 미분양 규모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을 훌쩍 넘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배짱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한 상한제 탄력 적용의 본래 취지를 되살릴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