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 회장 등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배정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함에 따라 비상장사의 주식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을 놓고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법원에 따르면 파기환송된 SDS BW사건은 서울고법 형사4부(김창석 부장판사)에 배당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은 한 재판부가 내린 판결이 상급심에서 깨졌을 때 같은 재판부가 다시 맡지 않도록 재판부를 두개씩 묶어 서로 대리부로 운영하는데 이 전 회장 항고심을 서울고법 형사1부가 맡았다가 파기환송됨에 따라 대리 재판부인 형사4부가 맡게 된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29일 삼성SDS의 BW를 헐값에 발행해 이 전 회장이 자녀 등에게 최대 지분을 사도록 해 회사에 1,540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BW 행사가격이 공정했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파기환송심에서 삼성SDS BW 발행이 유ㆍ무죄인지, 공소시효가 지났는지 등을 다시 따져보고 이미 유죄가 확정된 456억원의 양도세 포탈과 합쳐 다시 이 전 회장의 형량을 정하게 된다. 만일 삼성SDS BW와 관련해 이 전 회장에 대한 유죄가 선고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핵심 쟁점은 당시 장외에서 5만5,000원에 거래되던 SDS 주식가격이 이재용씨 남매에게는 주당 행사가격이 7,150원으로 적용됐는데 이것이 적정했는지 여부와 만약 적정가가 아니었다면 공정한 행사가격이 얼마였는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특검팀은 BW발행 시점을 전후해 SDS주식이 장외 시장에서 5만5,000원선에 거래됐고 재용씨가 제기한 증여세 취소소송에서도 행정법원이 주당 시가를 5만5,000원으로 판단한 점을 토대로 주식의 가치는 5만5,000원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SDS가 회계법인에 의뢰해 받은 주식평가보고서를 기초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을 따르면서도 미래 수익가치를 함께 반영하는 방법을 택해 주당 순이익 증가율을 40%로 설정하면 주당 적정가는 9,740원, 회사 손해액은 44억1,000만원이 되고 30%인 경우 적정가 9,095원에 손해액은 30억2,000만원이 나와 손해액이 50억원을 넘지 않는다고 봤다. 저가발행에 따른 회사손해는 인정했지만 손해액이 50억원에 미치지 않아 공소시효 7년이 이미 지났다며 면소(免訴) 판결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는 행위자가 실제로 선택했거나 예측할 수 있었던 방법이나 수치를 근거로 증가율 등을 산정하는 것이 옳다”며 SDS의 사업보고서에서 경영진이 회사가 30.5%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순이익 증가율 30%를 토대로 한 손해액까지는 인정했지만 40%나 그 이상의 증가율에 대해서는 신뢰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나아가 항소심은 BW 저가발행 자체는 주주배정과 마찬가지로 3자 배정일 때도 회사에는 손해가 없다며 무죄 판결했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비상장 주식의 평가방법과 BW 저가발행에 따른 회사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할지 등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을 놓고 다시 한번 열띤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