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거센 도전 직면한 한국경제] 환율 연일 폭등세

달러부족 심화…'미니 IMF 오나' 불안<br>외국인 셀코리아 공세·유동외채 비율도 74%로 껑충<br>정부, 물가 악영향등 우려로 적극적 대책 못 세워<br>외환 보유액 아직은 풍부…10년전 상황과는 달라


원ㆍ달러 환율이 미친 듯 폭등하고 금융시장 패닉, 물가 앙등 등 각종 부작용이 잇따르면서 ‘미니 IMF’가 도래한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달러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터라 환율 네자릿수 진입은 시간 문제이고 조만간 1,060원대 상승 전망까지 제기되는 등 원화 약세에 따른 한국 경제의 총체적 난국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 심화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예상을 넘어선 환율 폭등에 따른 물가 급등으로 정책 당국의 금리정책과 외환정책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1,000원 돌파 뒤 더 갈 듯=원ㆍ달러 환율의 1,000원 도달이 채 3원도 남지 않은데다 달러 수급이나 기대심리 등 제반 여건이 상승 쪽에 맞춰져 있어 네자릿수 시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김재은 하나대투증권 과장은 “칼라일캐피털 부도설 등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유동성 확보 움직임이 강해질 전망”이라며 “이는 외국인의 주가 매도와 기관의 달러 보유 욕구를 강화시켜 1,000원 돌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부장은 “시중에 달러가 메마르고 있다는 신호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이달 1,030선을 깨고 다음달 1,060선 진입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니 IMF’ 왔다”=환율 폭등과 이로 인한 금융혼란이 거듭되면서 외환위기 축소판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환율이 900원대에서 1,000원대 후반까지 솟구치고 금리ㆍ물가가 폭등했던 상황이 작금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얘기다. 콜금리 밑으로 떨어졌던 국고채 3년물은 최근 5.25%로 치솟았고 한동안 5.1%대에 머물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도 5.23%로 3일 연속 상승했다. 외국인은 5일간 국채선물 2만3,140계약을 순매도했다. 외화자금조달시장인 스와프시장은 달러 부족으로 패닉 상황에 몰렸다. 주가는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1,600선 붕괴에 직면했다. 장기외채 중 1년 내 갚아야 할 채무와 단기외채를 합한 유동외채 비율은 지난 2004년 38.6%에서 지난해 말 74.0%로 껑충 뛰었다. 이 부장은 “국제금융시장이 처한 어려움과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국내 경제 상황의 구조적 문제점 등을 볼 때 미니 IMF와 다름없다”고 밝혔다. 물론 2,600억달러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외환 규모를 봤을 때 과거 환란과 똑같은 위기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요즘 시장 돌아가는 상황이 예단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급변동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총체적 난국에 ‘정책은 없다’=이 같은 위기 상황에 사실상 정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게 사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외환정책이 대표적이다. 환율은 하루에만도 10원 이상 급등하며 금융시장에 강한 충격을 주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시장 일부에서는 한은의 달러 매도 개입설도 전해지지만 수출경쟁력 제고와 경상수지 적자 개선을 바라는 재정부의 시장 불개입 스탠스에 환율은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고 있다. 통화정책 역시 ‘그림의 떡’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미 서브프라임 위기 심화에 따른 경기침체 대응에서 곧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환율 및 원자재값 폭등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로 운신의 폭은 그 어느 때보다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총체적 난국 그 자체지만 정부의 인식이나 대응이 안이하다는 점에 비춰 한국 경제는 당분간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