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방과 분단 60년] <상> 본격교류 기다감 고조

매월 4만명 방북…곳곳서 손잡아<br>상호신뢰 바탕 역내거래·국제무대서 윈윈 추구<br>사람·물자 빈번한 이동이 경제공동체 앞당길듯<br>북핵타결로 한반도 전쟁위험 줄여야 교류 가속

“활짝 핀 웃음처럼” 동해선 도로를 타고 지난달 27일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는 대북지원용 쌀 수송 트럭 행렬과 지난달 11일 서울에서 열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10차회의에서 활짝 웃고 있는 박병원(오른쪽) 재정경제부 차관과 북한 최영건 건설건재공업성 부상. 최근 급증하는 남북교류의 현주소와 미래를 상징하는 듯 하다.

남북 화해와 협력의 장이 활짝 열리고 있다. 경제협력과 관광 분야는 물론 군사 분야에 이르기까지 남북 대화는 더 이상 낮선 광경이 아니다. 근거도 없는 ‘6월 위기설’, ‘7월 위기설’이 퍼지던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남북 협력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흘이 멀다 하고 이어지는 각종 남북회담과 교류는 민족공동체의 도약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일제의 사슬로부터 풀려나자 마자 분단된지 60년, 세월의 질곡을 뒤로 하고 남북은 민족사를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 써나가고 있다. 공동의 번영과 통일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남북 협력의 현주소와 앞길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갈 수 없는 땅, 북한’은 옛말이다. 한달에 4만명 이상의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드나든다. 지난 6월 한달 동안 북한을 다녀간 인원은 7,751명. 개성공단 가동이 북한 왕래를 크게 늘렸다. 여기에 같은 달 금강산 관광객 3만6,116명까지 합치면 한달간 방북 연인원은 4만3,865명에 달한다. 남쪽에서도 북한 사투리를 접하기 어렵지 않다. 7,000여명에 이르는 탈북자가 사회 곳곳에 깔려 있다. 지난 87년 1월 김만철씨 일가족 11명이 어선을 타고 북한을 탈출했을 때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남북간 장벽이 낮아진 것은 우리의 국력 신장과 수십년 동안 우여곡절과 난항을 겪으면서도 국민과 정부가 남북대화를 꾸준하게 추진해온 덕분이다. 특히 국민의 정부 이후 일관되게 추진된 대북 유화정책이 남북 교류 급진전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60년 분단사중 화해의 움직임이 본격 시작된 것은 불과 6년”이라며 “짧은 기간동안이나 정부가 변함없는 자세로 남북관계 개선에 임하고 있는 점이 상호 신뢰가 쌓인 배경”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서로 의지하고 공조하는 모습은 나라 바깥에서 더욱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6자회담에서는 여느 때와 달리 남북한간 의견조율이 회의분위기를 주도했다. 참가국들도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국 대표단이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 관리들을 ?아 다니며 귀동냥하던 게 불과 2~3년전 상황과는 딴판이다. 지난달 말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열렸던 아세안 외무장관회의에서도 남과 북의 외교부 수장들이 제시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은 참가국 전체의 동의를 얻어냈다.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에서 남북이 이처럼 한 목소리를 내고,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가쓰라-테프트밀약이냐 얄타 회담 등 민족의 운명을 가른 중대한 결정을 물론 사소한 문제까지도 우리의 장래를 스스로 선택한 적은 근대 100년 동안 단 한번도 없었지만 이제 민족 스스로 앞날을 결정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무대에서 자신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의 근원인 남북한의 상호 신뢰와 존중은 역내 거래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중 남북교역은 4억5,412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5% 늘었다. 대북 반출은 48.9% 증가한 3억1,170만 달러, 반입은 22.5% 증가한 1억4,242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교역이 가파른 증가곡선을 타고 있다. 6월중 남북 교역액은 1억3,542만달러로 전년동월보다 124.9%나 증가했다. 남북간 급속한 화해ㆍ협력 무드가 전방위로 확신되고 있는 셈이다. 불과 3년전 전투함끼리 치열한 포격전이 펼쳐지고 사상자까지 발생시켰던 서해에서도 수산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더욱이 남북 어업당국이 제 3국의 불법조업 어선에 강력 대응하기로 합의한 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제 3국 어선(주로 중국 어선)을 공동규제 한다는 점은 정치적 공동체 정도가 행할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과연 북측이 사회주의 형제국인 중국의 어선들에 대해 분단 이후 60여년간을 반목해온 남측과 손잡고 규제할 수 있을지 실행 여부가 주목된다. 북측이 최근 방북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에게 항일 빨치산의 성지로 여기는 백두산과 최전방 군사적 전략 도시인 개성을 남측 관광객에게 개방한다는 점도 교류의 획기적 증진을 예고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서울과 평양을 광통신회선으로 연결하는 사업도 화상에서나마 남북 주민간 접촉을 순식간에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과 물자의 빈번한 이동은 결국 경제적 이익과 함께 경제공동체를 향한 발걸음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개성공단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12년에는 2,000만평의 공단 부지에서 10만여명의 남측 노동력이 북한에 상주하는 시대가 열린다. 개성공단에 이 정도의 인력이 오가는 상황이라면 다른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왕래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소장은 “동북아 시대를 향한 비전도 남북한을 연결할 때 가능해진다”며 “특히 개성 등을 개발해 남북한을 옌耉팀?물류 거점으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평양권과 원산권을 2개의 거점, 개성ㆍ신의주ㆍ나진-선봉ㆍ금강산을 4개의 소거점으로 삼는 ‘2+4거점 개발’ 개념도 마련중이다.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앞으로 7~8년 후라면 낮은 수준의 경제적 이익 공동체로의 발전도 기대해봄직하다. 개성공단은 동북아 허브로 육성중인 영종도 일대, 수도권과 삼각라인을 형성해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도 발전이 가능하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공장용지 고갈에 직면한 남측의 사정과 노동력ㆍ토지는 있지만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북측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모델이 북한 전지역으로 확산된다면 남북공동체가 형성되는 날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당면 문제는 북한 핵문제. 북핵문제의 타결로 한반도의 전쟁 위험이 낮아지면 남북 교류는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 새로운 생산요소, 새로운 시장은 물론, 자원 개발, 유라시아 대륙과의 육로 연결 등 한국경제가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 우리 앞에 바짝 다가온 셈이다. 보다 풍부해진 노동력과 자원, 대륙과 해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토대로 한민족공동체의 번영이 눈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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