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매디슨가의 광기

◎기록적인 광고회사 교체로 광고게임은 혼란의 해를 맞고있다. 대중의 무관심 때문이다미국내 많은 초대형 광고주들은 광고대행사를 향한 새로운 표어를 갖고 있다. 나가버려! 「친근한 하늘을 날아보세요」라는 항공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광고문구를 만들었던 시카고의 거대한 광고대행사인 레오 버넷사를 내던져버린 유나이티드 항공사를 생각해보라. 이제 친근함과는 작별하고 적대감이 환영받는다. 유나이티드사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소재한 독불장군식의 팰론 맥켈리고트사를 선정, 6천만달러짜리 계약을 이행하도록 했다. 팰론의 접촉광고는 취소된 항공편에 더러운 음식, 무뚝뚝한 직원 등으로 엉망이 되어버리는 비행기여행을 보여준다. 핵심 대목인 『날아 올라감』은 항공산업의 나머지회사와 비교할때 유나이티드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미노 피자, 델타항공, 리복 그리고 ABC방송국등을 포함한 많은 중량급 광고주들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매체 계약액에서 5백20억달러를 취급했던 미국의 광고산업에서 광고회사 교체가 기록적으로 증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계약액은 고객의 광고지출액을 가늠하는데 광고대행사는 지출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수수료율이 다양하지만 15%가 기준이 되곤 한다.) 지금 영 앤 루비캠사가 갖고 있지만, 성추문과 지원병을 모집하는게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곤란해진 미육군은 8천만달러짜리 계약을 재검토하고 있다. 광고전쟁이 매디슨가를 폐허화한 전쟁터로 바꾸고 있기 때문에 이보다 더 적절한 사례는 없을 것이다. 이 전쟁터에서는 큰 덩어리의 광고건들이 터져나와 주위를 떠돌고 있으며 마침내 상륙할때는 고참 군인들을 죽게 만든다. 버넷의 경우 지난 3월 중역회의실의 충격적인 결정은 최고경영자인 빌 린치와 그의 부하 짐 제네스를 쓰러뜨리고 릭 핏달 회장에게 최고경영자직을 되돌려주었다. 버넷의 내분은 그 산업의 혼란을 반영하고 있다. 확실히 공략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광고 계약액이 한해 평균 약 6%의 비율로 증가하고있다. 그러나 인쇄물,라디오, TV,유선방송,위성방송 그리고 지금은 인터넷등 너무 많은 매체가 소비자의 관심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면서 전달내용은 그 어느때보다도 더 쉽게 길을 잃거나 무시되고 있다. 그래서 유나이티드 항공이 기록적인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10월에 제랄드 그린월드 회장은 오늘날 항공여행기피 승객들은 하늘을 친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버넷과의 거래를 끊었다. 버넷이 이처럼 동요하고 있을때 버넷의 밀러 라이트와의 1억달러 계약은 필립 모리스사 지오프리 바이블 최고경영자의 은밀한 주도하에 팔론사로 넘어가고 있었다. 필립 모리스는 밀러를 소유하고 있다. 팔론은 현재 타임사로부터 수주를 받고 있다. 일찍이 바이블은 버넷이 시들해가는 라이트 상표를 위해 좀 더 날카롭고 젊은이 취향의 광고를 만들고 있다고 버넷의 피즈데일에게 경고했다. 그러는 한편, 바이블은 팔론에게 비밀리에 라이트 광고를 맡아달라고 주문했다. 12월 말 밀러 브루잉의 잭 맥도노 최고경영자는 피즈데일을 갑작스레 방문해 「해고야」라는 크리스마스 인사말을 했다. 피즈데일은 『우리는 완전히 당했다』고 말한다. 이같은 광고사 교체로 상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면밀히 조성되고 가꾸어져야 한다는 오래된 신념이 의심받고 있다. 65년간 푸트, 콘&벨딩 등과 계약관계를 맺어온 레비 스트라우스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스티브 골드스타인은 『성공하는 상표는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으며 고객과의 대화채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행자의 목소리를 바꾼다면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광고산업에서 광고주와 광고사가 오랫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실제 사람들이 결혼생활을 끝까지 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유나이티드는 31년 동거후 버넷을 내쳤고 델타는 3월 BBDO사우스와 51년간의 관계를 청산한후 사치&사치와 손을 잡았다. 전체적으로 1984년 이래 광고계약기간은 7년에서 5년으로 줄었다. 전세계에서 74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영&루비캠의 피터 조지스쿠 사장은 『큰 변화는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점점 더 격해지고 비열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조지스쿠도 피 튀기며 싸워왔다. Y&R은 지난해 버넷으로부터 유나이티드의 6천만달러규모의 해외 광고건과 매체 광고권을 빼앗았고 88년동안 AT&T의 광고사였던 N.W. 아이어를 내쫓고 1억달러짜리 광고를 따냈다. 3월 보젤로부터 타코 벨의 2억달러짜리 광고를 빼앗은 TBWA 시아트/데이(매출: 30억달러)의 최고경영자 봅 쿠퍼만은 광고업계에서의 최근 격렬한 논쟁중 하나는 『15년 가량의 경력이 있는 컨설팅사라면 어떤 기업이라도 마케팅 전략을 짜줄 수 있는 이 시대에 과연 좋은 광고란 무엇이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실, 광고의 95%는 전혀 효과가 없다』고 덧붙인다. 에너자이저 버니의 제작자인 쿠퍼만은 선풍을 일으키는 광고에 역점을 두고 있다. 닛산을 위해 시아트가 만든 유명한 「토이즈」 커머셜은 한번도 자동차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지난해 많은 주목을 끌었다. 이 전술이 구매자를 자극시켰는지는 명확치 않다. 닛산의 판매는 올들어 지금까지 7.9% 증가했지만 저렴한 가격 등 다른 요인들도 작용했다. 뉴욕시에 있는 웨스트 엔드 커뮤니케이션스/컨설팅의 중역인 앨런 고츠만은 『다른 많은 방해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광고가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많은 광고주들은 그러한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은채 광고회사들을 대거 내치고 있다. 이번 분기 판매액이 감소했나? 광고회사를 해고하라. 5백80개사를 대표하는 미광고회사협회 버치 드레이크 대표는 『광고는 주요 예산항목인 동시에 자유재량적인 것』이며 『광고는 자의로 올리거나 움직일 수 없는 공장같은 것이 아니다. 90일간의 예고를 통해 새 광고회사를 선택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광고업계의 혼란은 오늘날 기업간 합병, 감량경영, 구조재조정 속에서 필수적으로 나타나는 기업 마케팅전략의 변화때문에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억5천만달러의 광고계약액을 가지고 있는 뉴욕시의 부티크인 커센바움 본드&파트너스의 리차드 커센바움 공동대표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바꾸는 속도를 주목하라』고 말한다. 광고계약액이 96억달러인 DDB 니덤 월드와이드의 케이스 레인하트는 『마케팅 간부들이 바뀌는 변화를 헤아려 본다면 수많은 고객들이 자신의 광고주를 재검토하고 있다는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다. 많은 광고건들이 주인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심한 타격을 받은 버넷(58억2천만달러)도 역시 몇몇 경쟁에서 승리했다. 버넷은 지난 1월 사치&사치사로부터 2억5천만달러짜리 프록터 앤 갬블 계약을 빼냈으며 2백년이상의 역사를 가진 영국 브레스 민트 브랜드인 알토이드(신기할 정도로 강한 페퍼민트)에 대한 꾀있는 광고를 자랑하고 있다. 버넷은 이 광고로 알토이드의 2억3천5백만달러에 이르는 미브레스민트시장 점유율이 3년만에 거의 0%에서 10%까지 늘어나게 됐다고 주장한다. 버넷 북미그룹 린다 울프 사장은 『적확하고 색다르고 요점을 이해시키는 것에 있어 우리는 잘 하고 있다』고 말한다. 요점을 이해시킨다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광고회사들이 해야만 하는 것이다. 노스웨스턴대학의 바비 칼더 마케팅학 교수는 『광고는 제품을 고객들과 관련있는 것으로 느끼도록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며 『이 작업이 완성될 때 임무는 종결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점점 더 많은 광고주들이 광고사들을 내침에 따라 이 작업이 끝날때까지 많은 광고들이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스태시 퍼먼/뉴욕,론 스토질2세/시카고<존 그린월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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