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수사 검찰발표문 요약

◎정 회장 1,077억 유용­937억 횡령◇범죄사실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외부 차입금에 의존해 당진제철소를 건설하던 중 무리한 계열사 확장, 철강경기 부진, 과다한 금융비용 지출로 지난해 11월말 자금사정이 몹시 악화됐다. 이에 결제 능력이 없는데도 같은해 12월3일부터 올해 1월18일까지 86회에 걸쳐 액면 합계금 1천1백15억8천4백만원의 융통어음을 할인하는 수법으로 1천77억5천만원을 유용했다. 또 94년 1월부터 95년 9월까지 24회에 걸쳐 9백37억5천만원을 횡령, 부동산 구입 등에 사용했다. 계열사인 한보상호신용금고 대표 이신영(기소유예)과 짜고 96년 10월부터 올 1월까지 한보철강에 대출한도를 넘어 27회에 걸쳐 4백32억원을 대출했다. 또 지난해 7월 신광식 제일은행장에게 대출 대가로 현금 2억원을 같은해 9월 현금 2억원을 주었다. 같은 시기 우찬목 조흥은행장에게도 대출 대가로 두차례에 걸쳐 4억원의 현금을 건넸다. 제일은행장 이철수에게 대출 대가로 7억원을 주고 95년 10월 신한국당 정재철 의원에게 국민회의 권노갑 의원을 통해 국정감사시 자료제출 요구 및 질의를 하지 않게 해달라는 명목으로 2억원을 주었다. 또 93년 3월 권노갑에게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관련해 5천만원을 준 것을 비롯, 93년 12월과 96년 3월 5천만원씩을 제공했다. 건설부장관이던 김우석에게 94년 4월 당진제철소의 연결도로 건설과 공사수주를 청탁하면서 두차례에 걸쳐 2억원을 건넸다. ▲김종국 여광개발 대표이사=정태수와 짜고 94년 1월부터 96년 12월까지 109회에 걸쳐 1백51억2천만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했다. ▲홍인길 의원=93년 2월부터 95년 12월까지 대통령 총무수석비서로 일했으며 지난해 5월부터는 국회의원으로 재직중이다. 외환은행장에게 청탁해 한보철강에게 미화 2억7천만달러를 대출받게 해주고 정태수로부터 95년 1월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사례금으로 2억원을 받았다. 이후 96년 12월까지 산업은행총재·제일은행장 등에게 청탁해 시설자금 등을 대출받게 해주고 5회에 걸쳐 모두 10억원을 받았다 ▲황병태 의원=96년 5월부터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96년 10월 프라자호텔에서 정태수로부터 당진제철소의 시설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산은총재에게 청탁, 5백억원의 지급보증을 받게 해주었다. 이어 같은해 12월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정태수로부터 사례금으로 2억원을 받았다. ▲정재철 의원=92년5월부터 현재까지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국회 예산결산위원장, 재무위원장, 정무장관 등을 거쳐 신한국당 전당대회의장으로 있다. 95년10월 하얏트호텔에서 정태수로부터 정기국회 국정감사와 관련, 『국민회의 의원들이 한보에 대한 여신 및 담보현황 등에 관한 자료제출을 정부에 요구하여 물의가 예상되니 권로갑에게 부탁해 무마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사례금으로 그에게 전달해 달라는 1억원을 건네받았다. 또 96년 10월 프라자호텔에서 정태수로부터 국정감사와 관련해 위와 역시 권노갑에게 전달해 달라는 1억원을 받았다. ▲권노갑 의원=88년5월부터 현재까지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민주당 최고위원·부총재, 국민회의 지도위부위장·공천심사위원 등을 거쳐 현재 지도위원·경상북도지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93년 3월 하얏트호텔에서 정태수로부터 국정감사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잘 무마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5천만원을 받았다. 이어 93년12월 잠실롯데월드호텔에서 정태수로부터 같은 명목으로 5천만원, 96년3월 국립중앙극장 구내에서 5천만원을 각각 받았다. 96년 10월 정재철로부터 한보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 등을 무마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태수가 건네준 1억원을 받았다. ▲김우석 전장관=13대 국회의원, 토지개발공사 사장을 거쳐 93년 12월부터 94년 12월까지 건설부장관으로 일했다. 95년 12월부터는 내무부장관으로 재직해왔다. 94년9월 롯데월드호텔에서 정태수로부터 『당진제철소와 34번 국도를 잇는 해안도로 건설을 빨리 닦아주고 건설부가 발주하는 공사를 (주)한보가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두차례에 걸쳐 2억원을 챙겼다. ▲신광식 제일은행장=96년7월 신반포동 자신의 집 앞에서, 하얏트호텔에서 정태수로부터 당진제철소의 시설자금을 지원해준데 대한 사례로 2억원을 받는 등 2회에 걸쳐 4억원을 챙겼다. ▲우찬목 조흥은행장=96년 7월 하얏트호텔에서 신은행장과 같은 명목으로 정태수로부터 2회에 걸쳐 4억원을 받았다. ▲이철수=93년 4월부터 96년 4월까지 제일은행장으로 일했다. 94년 8월 롯데월드호텔에서 당진제철소의 시설자금을 지원해준데 대해 사례로 1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 4회에 걸쳐 모두 7억원을 받았다. ◇의혹사항에 대한 수사결과 ▲부도 경위=한보철강은 당진제철소 건설비의 부담 가중, 철강경기의 부진으로 인한 제고누적으로 96년 6월이후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제2금융권에서 일제히 여신회수에 나섰다. 같은 해 말부터는 지급 기일에 어음결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채권금융기관들은 정태수등 경영주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한보철강을 제3자에게 인수시켜 공장을 완성케 하는 것이 국민경제 및 채권보전에 유리하다는 결론에 따라 정태수에게 경영권 포기를 종용했다. 그러나 정이 이를 거절하므로 급기야 97년 1월23일 부도 처리했다. 이러한 금융지원 중단 및 부도처리는 제일은행장 신광식의 주도로 31개 금융기관장이 참석한 부도 직전의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에서 협의하여 결정했다. 한편 일부 은행들이 부도발행 사실을 1∼4일씩 지연한 바 있는데 이는 96년 12월이래 한보철강의 자금사정 악화로 은행마감 시간 이후에 결제가 된 전례가 있어 이를 믿었기 때문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지연신고와 관련한 위법행위는 발견되지 아니했다. ▲거액 대출 배경=97년 1월말 현재 제 1금융권의 한보철강에 대한 여신총액은 3조2천6백48억원이다. 이중 산업·제일·외환·조흥·서울 등 5개 은행의 여신총액은 2조9천9백12억원이다. 거의 대부분이 94년부터 96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지원됐다. 금융지원의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92년9월에 이뤄진 통상산업부의 「외화대출 적격업체 추천」을 근거로 같은 해 12월 산업은행이 1천9백여만달러(1백50억원)의 외화 대출을 해주었다. 이를 시작으로 93년까지는 주로 산업은행 중심의 외화대출이 이뤄졌다. 94년에 접어들어 제일·조흥·외환은행까지 포함해 모두 13억달러(1조원 가량)의 외화 대출이 이뤄졌다. 제일은행은 95년까지 주거래은행으로 지급보증 위주의 여신지원을 계속했다. 96년 이후에는 2단계 공장 완공을 앞두고 설비자금 조로 모두 9천5백9억원을 지원해 오던중 같은 해 12월에 부도를 막기 위한 결제자금으로 4천6백9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금융기관들은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 및 첨단기술산업 육성에 관한 정부의 산업기술 정책방향에 따라 한보철강이 향후 포항제철과 같은 기간산업체로 성장할 경우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철강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한보에 대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외화대출 수수료 수익 등의 이득도 있어 대출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신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섰고 95년11월 당시 은행측에 제시한 총소요자금 4조1천억원중 9천5백억원 가량을 한보소유 부동산 매각 등으로 자체 조달하겠다는 자구계획이 예정대로 이행되지 않았는데도 한보철강에 자금지원이 계속 이뤄진 것은 정태수의 부탁을 받은 홍인길 등의 청탁에도 그 원인이 일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확보한 담보중 일부는 한국감정원 등 외부 공인감정기관의 감정평가를 거쳤다. 일부 완공됐거나 신축중인 건물에 대해서는 부도 발생으로 공인된 감정평가 없이 담보가 설정된 것으로 밝혀져 이러한 담보평가에 대하여는 은행감독원의 검사결과에 따라 그 적정성 여부가 판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은감원은 제일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하여 매년 정기검사를 실시해 거래기업에 대한 여신이 적정한 지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한보철강의 경우 94, 95년여신이 크게 증가하였는데도 96년도 제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서 지원여신이 부실화 되지 않도록 기업체 관리를 강화하라는 지적만 했을 뿐 구체적인 지적을 하지 않았다. 또 산업은행은 감사원으로부터 정기감사를 받아 왔으나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과 관련해 특별한 문제점이 적발되지 않았다. 은감원 및 감사원 등의 이들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내지 감사와 관련해 잘못이 있었는지 여부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한편 국가 기간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제금리와 연동시킨 금리로 대출할 수 있도록 한 외화대출 제도는 금리면에서만 보면 기업측에 다소 유리한 것은 사실이나 원리금 상환과정에서 환율변동에 따른 손해위험도 있으므로 외화대출 그 자체만으로는 특혜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당진제철소 부지조성 및 코렉스 기술도입 과정=89년 6월 건설교통부가 한보철강이 부산공장 이전부지로 신청한 아산만내 매립대상지가 포함된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을 고시하자 한보철강은 89년 12월 76만8천여평에 대한 면허를 받아 매립공사를 시행했다. 이어 95년3월 준공인가를 받은 뒤 한전에서 인근에 발전소 건설부지로 확보해 두었으나 계획이 취소된 14만9천평에 대해서는 같은해 9월 추가로 신청을 해 매립면허를 받았다. 매립한 부지 위에 제1단계로 연산 3백만톤 규모의 전기로 공장을 건설하고 제2단계 설비확장시 코렉스 공법으로 알려진 용융환원제철기술을 도입키로 해 94년 8월 이후 연산 75만톤 규모의 코렉스로 2기를 건설하고 있었다. 통상산업부는 88년 이후 주택 2백만호 건설이 추진되는 등 철강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철강재 수급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여 한보철강의 매립부지확보 및 부산공장 이전에 동의한 것이다. 95년 2월 한보철강이 제조원가가 싸고 공해물질 배출량이 적어 기존의 고로방식보다 유리한 새로운 제철기술이라고 판단하고 외자도입법상의 조세감면대상인 첨단기술로 인정받기 위하여 코렉스 기술도입 신고를 하자 첨단기술로 인증해 주었다. 이는 93년에 마련된 「신경제 5개년 계획」이 지향하는 「새로운 제철기술의 도입 필요」라는 방침에 부합한다는 판단 아래 이뤄진 것으로 당진제철소 인·허가 과정과 관련한 위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 ▲자금 유용 및 사용처=그동안 압수된 각종 장부와 전산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국세청 등 유관 기관과 협조해 부동산거래 등 관련자료를 입수하는 한편자금 거래추적을 펼치면서 회사 관계자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보철강이 금융기관 대출금 4조8백81억원, 회사채 및 사채발행 등 모두 5조5백59억원을 조성해 이중 시설자금으로 3조5천9백12억원을 투입하고 운영자금으로 1조2천5백11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자금 내역은 현금부족액보전 4천3백80억원, 건설자금이자(금융이자) 4천7백8억원, 계열사 지원금 1천3백79억원, 환차손 6백20억원, 자기사채보유 4백30억원, 사채할인발행차금 1백90억원, 지방세 등 세금 3백4억원, 어음할인료 5백억원 등이다. 나머지 2천1백36억원은 유용한 사실을 밝혀냈다. 유용자금의 사용처는 계열사 및 위장계열사 신설과 인수 4백37억원, 해외진출경비 55억원, 계열사 임직원 영업활동지원비 2백74억원, 정태수 일가 전환사채 인수 8백20억원, 개인 세금납부 1백51억원, 정태수 전처 이혼위자료 40억원, 부동산 구입 78억원 등이라고 정태수는 진술하고 있다. 이밖에 본건 수사로 밝혀진 뇌물 액수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자금은 2백50억원에 이른다. ◇보강수사계획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패한 기업주와 그에 유착된 공직자를 엄벌함으로써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정태수는 91년 수서사건, 95년 노태우씨 부정축재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어 93년 이전의 중요한 회계장부 등을 이미 파기시켜 어려움이 많았다. 또 이번 사건에서는 금품 수수가 모두 현금으로 이뤄졌고 수사 단서의 상당 부분이 정태수의 진술을 토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추가 부도가 예상되는 어음 등의 피해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추궁하겠다. 나아가 자금추적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유용자금의 사용처를 밝히고 정태수 일가의 은닉재산을 추적하는 등 미진한 부분을 계속 구명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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