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광란(March Madness).’
매년 3월 미국 스포츠팬들을 열기 속으로 몰아넣는 미국대학농구를 가리키는 별명이다.
하지만 올해는 골프계에 이 말을 붙이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7일 PGA투어 포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6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에 복귀했지만 추격자들과의 랭킹 포인트 차이가 그야말로 종이 한 장에 불과해 3월 한달 간은 상위권 순위가 요동을 칠 수도 있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8일 발표된 골프 세계랭킹에서 우즈가 평균평점 12.27점으로 1위에 오른 가운데 2위 비제이 싱(피지)은 11.79점, 3위 어니 엘스(남아공)는 11.22점으로 바짝 뒤쫓고 있다. 포드챔피언십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필 미켈슨(미국)이 9.11점으로 4위.
우즈가 ‘황제’ 자리를 되찾았다고는 하나 지난 99년 PGA챔피언십 우승 때부터 무려 264주간 1위를 지켰던 ‘1인 천하’를 재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오는 11일 개막하는 PGA투어 혼다클래식에는 싱만 출전하므로 2주 안에 또다시 순위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팬들의 관심은 우즈가 얼마나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킬 것인지에 맞춰지고 있다. 더구나 이들이 올 시즌 들어 약속이나 한 듯이 초반부터 절정의 샷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도 랭킹 싸움 구경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우선 우즈. 지난해 매치플레이 1승에 그치며 9월 초 랭킹 2위로 내려왔던 그는 연말께 스윙 개조를 완성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더니 12월 이벤트대회인 타깃월드챌린지부터 이번 포드챔피언십까지 6개 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전성기 적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올 시즌 2승 모두를 최종일 역전우승으로 장식한 것은 완벽 부활을 입증하는 부분. 그가 역전우승을 거둔 것은 지난 2001년 NEC인비테이셔널 이후 4년 만이며 통산 10차례다.
우즈는 포드챔피언십에서 버디 27개(보기 3개)를 뽑아내고 3ㆍ4라운드 이틀 동안에만 15타를 줄이는 등 매서운 샷을 보여줬다. 347야드 16번홀(파4)에서 드라이버 샷을 그대로 그린에 올리는가 하면 603야드의 12번홀에서는 유일하게 이틀 연속 2온에 성공하기도 했다.
랭킹 2위로 한발 물러났지만 싱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소니오픈에서 1승을 차지한 그는 이번 포드챔피언십에서도 퍼트 부진으로 3위에 그쳤지만 미켈슨과 함께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한 2명의 선수로 기록되며 지난해의 안정된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3위 엘스는 지난 6일 끝난 유럽투어 두바이데저트클래식에서 4라운드 마지막 홀 5.4m 이글 퍼트로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우승 사냥의 시동을 걸었다. 시즌 2승을 거둔 미켈슨도 예사롭지 않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언제든지 치고 올라올 수 있는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
옛 ‘골프황제’ 잭 니클로스는 8일 “우즈가 지난 몇 년간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면서 “그를 맞서 플레이 하는 선수들의 게임 수준이 높아져왔다”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혼전을 예상했다.
한편 우즈는 혼다클래식을 건너뛰고 18일 개막하는 베이힐인비테이셔널과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 2주 연속 출전하고 싱은 혼다클래식과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엘스와 미켈슨은 투어챔피언십에 나설 예정이다. 따라서 플레이어스챔피언십(25~28일)과 4월 첫 주 마스터스를 지나면 세계랭킹 상위권의 판도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용호상박을 연상케 하는 ‘빅4’의 기 싸움이 올 시즌 PGA투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