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헌혈의 집' 운영 엉망

피 모자란다고 헌혈 권유할 땐 언제고…<br>평일 늦게 문열고 토·일요일 휴무 일쑤<br>일산·김포등 신도시엔 아예 운영안해

회사원 김옥민씨는 벌써 며칠째 ‘헌혈의 집’을 찾아갔지만 헛걸음만 쳤다. “최근 피가 모자란다기에 갔더니 토요일이라 쉰다는 짤막한 문구 하나만 보고 돌아왔어요. 다음날도 역시 문을 닫았더군요.” 김씨는 할 수 없이 월요일 아침에 들렀지만 ‘접수는 오전10시부터’라는 안내문을 확인하고 또다시 발길을 돌렸다. “헌혈의 집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9시55분입니다. 10시 접수도 마뜩찮은데 그 시간에 출근도 하지 않았다는 건 정말….” 김씨는 그래도 ‘좋은 일 하자는 건데’ 라며 회사업무를 끝내고 오후6시50분쯤 헌혈의 집에 도착했지만 ‘업무가 끝나 다음에 오라’는 간호사의 말에 결국 참았던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대한적십자사의 오염혈액 유통과 헌혈감소로 최악의 혈액부족 사태를 맞고 있는 가운데 헌혈공급의 핵심 포스트인 헌혈의 집 운영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피가 모자라 야근이라도 해야 하는 마당에 헌혈의 집이 주5일 근무제를 이유로 주말에 문을 닫는다는 게 말이 되냐는 것. 이 때문에 토ㆍ일요일에 헌혈의 집을 찾았다가 허탕을 쳤다는 네티즌의 불만이 적십자는 물론 혈액관리본부ㆍ복지부 게시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울러 일산ㆍ김포 등 신도시에는 헌혈의 집이 없어 헌혈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의견과 간호사의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상당수에 달해 헌혈의 집 운영개선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22일 적십자사에 따르면 헌혈의 집은 지난 7월부터 주5일제 시행으로 상당수가 주말에 문을 닫는다. 8월 셋째주의 경우 전국 92개 헌혈의 집 가운데 14일(토)에는 56개소(60%)가 문을 열었고 15일(일)에는 39개소(42%)만이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헌혈의 집은 그동안 토요일은 정상적으로 운영됐고 일요일ㆍ공휴일에도 절반 정도 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다. 혈액관리본부 게시판에 글을 올린 박성철씨는 “토요일에 차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한대역 헌혈의 집을 찾아갔지만 문이 닫혔다”면서 “이번이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다”며 다시는 헌혈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직장인이라는 조동준씨는 적십자사 홈페이지에 “토요일 오전에 시간을 내서 헌혈하러 갔지만 휴무라 헛걸음만 했다”며 “아무리 주5일제라지만 순번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헌혈 좀 하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교인이라고 밝힌 김은영씨는 “교회에서 수백명의 신도들이 단체로 헌혈하기로 7월 첫째주에 예약했는데 바로 전날 헌혈의 집에서 주5일 근무를 이유로 취소연락을 해왔다”며 “헌혈을 하라는 건지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적십자사를 강하게 질타했다. 시민들은 이외에도 “인구도 많은 일산을 비롯해 김포ㆍ남양주ㆍ보령 등지에는 왜 헌혈의 집이 없느냐” “점심시간도 안되고 퇴근시간도 다 됐다고 헌혈을 거부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 아니냐” “간호사가 너무 불친절해서 헌혈을 못하겠다”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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