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5월 21일] 가계 채무무담 능력 주시해야

일반적으로 가계의 금융부채는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금융기관의 자금중개 기능이 원활해지면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가계의 금융부채가 많아진다고 무조건 위험하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계가 소득에 비해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다면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일단 부실화되면 경제 전반에 심대한 악영향을 주게 된다. 지난 2003년 신용카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소득에 비해 과도한 카드 빚을 져 부채를 제때 상환할 수 없게 되면서 경제활동인구 6명 중 1명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악화되고 가계소비가 위축되면서 국내 경기는 부진에 빠졌다. 이처럼 과잉 가계부채는 금융시스템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은 금융안정성 수준을 판단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관련 지표로 실물자산의 처분 없이 부채청산 가능성을 나타내는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7년 말 43.3%로 2006년(44.0%)보다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기 이전인 2000년(34.4%)보다는 크게 높은 수준이다. 가계의 이자지급부담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지급이자비율은 2005년 7.8%에서 2006년 9.3%로 높아졌으며 지난해는 9.5%로 상승했다. 가계부채 규모가 증가하고 시장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도 금융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2005년 1.35배에서 2006년 1.43배, 2007년에는 1.48배로 높아졌다. 우리나라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차입금을 과다 보유한 가계는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 부담이 높아지면서 현금흐름이 빠듯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지난해 이후 주택가격이 안정되고 가계의 금융부채 증가율이 전년보다 낮아지고 있어 가계 전반의 부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신용카드 대란에서 경험했듯 가계부실이 현실화되면 그 파장과 수습비용은 엄청나다.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려면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에 대한 지속적이고도 면밀한 관찰을 통해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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