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김영용 교수의 생활 속 경제] 할인·할증가격과 판매수입

값변화 민감도 따른 '가격차별'<br>조조 영화·평일 열차요금이 더 싼 이유는<br>특정 장소·시점서 차익거래 못할땐 값 낮추면 수입늘어<br>주말 영화관람·여행자는 가격에 둔감, 할증요금 책정<br>호텔 미니바·대학원 교재값이 비싼 것도 같은 이유



아침 일찍 영화관에 가면 조조할인 관람료로 영화를 볼 수 있다. 반면 주말 관람료는 평일 관람료보다 더 비싸다. KTX와 새마을 열차 등 기차 요금도 주중보다 주말에 더 비싸다. 고급 호텔의 미니바에 있는 음료수나 맥주 가격은 잡화점에서 파는 가격보다 2~3배 더 높다. 대학의 학부 교재는 많은 컬러 사진이 수록되는 등 출판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글씨만 잔뜩 들어 있는 대학원 교재에 비해 가격이 싼 편이다. 또 미국 경제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구독료는 소득이 높을수록 비싸다. 이 외에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많은데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장소에서나 시점에 사서 다른 장소에서나 시점에 팔아 이익을 남기는 차익거래를 할 수 없는 경우 판매자들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가격탄력적) 소비자에게는 낮은 가격을 매기고 민감하지 않은(가격비탄력적) 소비자에게는 높은 가격을 매겨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이를 가격차별이라고 한다. 위의 현상들은 모두 가격차별에 의한 것들이다. 아침 일찍 영화관에 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가격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현재 소득 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나 시간 사용에 그다지 제약을 받지 않는 사람들인데 가격이 높아지면 이들은 영화관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영화관은 이들이 일반 사람들은 별로 찾지 않는 이른 아침, 낮은 가격에 영화를 보게 함으로써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수요가 가격 변화에 민감한 경우 가격을 낮추면 판매량 증가에 따른 수입 증가가 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보다 크므로 총수입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또 평일에 시간 제약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주말에 영화관을 찾게 되고 이들은 가격 변화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평일보다 높은 가격을 매겨 수입을 늘릴 수 있다. 실제로 CGV의 관람료는 평일 보통 시간대에는 7,000원이고 주말에는 8,000원이다. 서울∼부산 KTX 일반실 요금은 평일에는 47,900원이고 주말에는 51,200원이다. 또 같은 구간의 새마을 열차 일반실 요금은 평일에는 39,300원이고 주말에는 41,100원이다. 주말에 전반적으로 이동 인구가 많은 탓이기도 하겠지만 주말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요금 변화에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므로 요금을 높게 책정하여 철도공사의 수입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요즈음 대부분의 호텔에는 조그만 냉장고에 음료수나 맥주 등을 보관하는 미니바가 있는데 미니바에 있는 물건 가격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가격의 2~3배에 이른다. 가격 할증인 셈이다. 물론 가격에 민감한 대부분의 고객은 미니바에 진열돼 있는 음료수나 맥주를 마시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주변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사다 마실 것이다. 그러나 소득이 많거나 투숙 중 할 일이 많아 시간이 아까운 사람들은 가격에 민감하지 않으므로 미니바에 있는 음료수나 맥주를 마실 것이다. 호텔은 이런 고객을 표적으로 미니바를 설치하여 이로부터 얻은 수입으로 타 호텔과의 숙박가격 경쟁에 보탬이 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학부 교재는 컬러 사진 등이 많이 포함돼 화려하다. 그만큼 출판비용이 많이 들어가므로 값이 비쌀 것 같다. 또 별다른 장식 없이 글씨만 가득한 대학원 교재는 출판비용이 적게 들어 값이 쌀 것 같다. 그러나 정반대다.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학부 교재는 다량으로 인쇄되므로 규모의 경제가 적용돼 가격을 낮게 매길 수 있는 반면, 대학원 교재는 전문 서적으로 소량 인쇄하므로 비용 면에서 학부 교재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은 학부 학생들은 교재의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대학원 학생들은 앞으로 학문 연구 분야에 종사할 것이므로 교재의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부 교재에는 낮은 가격을 매기고 대학원 교재에는 높은 가격을 매겨 서적상의 총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는 연봉이 높은(낮은) 사람에게는 높은(낮은) 구독료를 받는다. 그런데 이 학술지는 주로 경제학 교수들이 구독하며 연봉뿐 아니라 학문적 성과도 조교수, 부교수, 교수 순으로 높다. 연봉과 학문적 성과가 높을수록 구독료에 상관없이 구독할 유인이 강하므로 미국 경제학회는 연봉이 높은 사람에게 구독료를 높게 매기는 등 연봉에 따라 달리 매기는 것이다. 물론 연구 성과와 별 상관없이 연봉과 직급이 정해지는 한국에서는 이런 현상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 외에도 국내선 비행기 요금이 하루 중 시간대에 따라 5% 정도 다른 현상, 청소년용 휴대폰 사용 요금제같이 일정 제약 아래 특정 재화를 특정 계층에 할인 판매하는 현상 등도 모두 가격 변화에 민감한 정도를 감안해 판매 수입을 늘리려는 가격차별 전략이다. 가격차별: 어느 한 장소나 시점 간에 차익거래를 할 수 없는 경우 가격 변화에 대한 민감도에 따라 소비자들을 구분하여 가격을 달리 매김으로써 판매자의 수입을 늘리는 행위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